'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원래 왕자다. 마법에 걸려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자 그는 외부와 단절된 채 혼자 살며 괴팍하고 무서운 성격으로 변한다. '배트맨 2'의 펭귄맨이 세상을 얼음판으로 만들어 지배하려 하는 건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난 자신을 내다버린 부모에 대한 복수심과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다. 외모가 사람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일 텐데 현실은 좀 다르다.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팔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더없이 밝고,스티븐 호킹은 특수 휠체어 없이 말도 할 수 없지만 지금도 연구중이다. 뿐이랴.교통사고로 인한 전신화상에 아랑곳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지선씨('오늘도 행복합니다' 저자)도 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끄는 건 외모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눈과 스스로의 의지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들 뒤엔 또 언제든 이들을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오토다케의 어머니는 아기를 처음 본 순간 "어머 귀여워라" 라고 말한 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내고 휠체어 없이 걷도록 했다고 한다. 세상만사는 마음먹기 달렸고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해도 가까운 사람의 불편을 지켜보는 사람,특히 아프거나 다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는 기도한다. 사랑하는 자식이 마법에서 풀려난 야수처럼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명복제 연구가 끊이지 않는 건 이런 까닭일 터이다. FBI 요원과 테러범이 얼굴을 맞바꾼 채 한판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에서 등장했던 안면 이식수술이 실제 이뤄지게 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중북부의 클리블랜드 병원 소속 마리아 시미오노(여ㆍ55) 박사팀이 사망자로부터 기증받은 얼굴 피부를 옮길 대상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수술은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 이식보다 심한 거부반응과 얼굴 변화로 인한 정체성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과학의 '월권'인지 '구원'인지는 누구도 단정짓기 어렵다. 일단은 수술의 성공 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