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연정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대(大)연정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며 "다른 야당도 함께 참여하는 대연정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공개서신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 연정은 대통령 권력하의 내각이 아니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가지는 연정이라야 성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제안은 두 차례의 권력이양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력을 열린우리당에 이양하고,동시에 열린우리당은 다시 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합의만 이뤄지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한 뒤 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해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 일을 하자면 우리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정을 한다고 해서 각료 몇 자리를 놓고 다투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만수 대변인은 "연정은 헌법의 틀 내에서 운용할 수 있고 정당간 합당과는 관계없다"며 "총리 지명권을 넘기는 문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2일 당·정·청 등 여권 내 요직 12명이 모인 '12인회'에 참석해서도 상당히 강한 표현으로 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위헌적 발상으로,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것인지,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선언한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대통령으로서 정식 제안이라면 헌법을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도 "열린우리당은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 역시 "한나라당에 연정을 애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매우 초라해 보인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연정을 끝내 거부할 경우 청와대는 특정 소규모 정당과 정책적 연대에 치중하는 '소연정'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연정,소연정과 함께 유럽 등지에서 시행하는 '동거 정부'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애착을 나타냈다. 허원순·양준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