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3년 만에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6자회담 재개에 따른 북한 관련 리스크의 완화(緩和)에다 은행의 건전성 개선,외환시장의 유연성 제고,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이 감안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조정으로 대외 신인도 제고,금융권의 해외자금조달 여건 개선,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 해소 등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어제 종합주가지수가 1100을 돌파(突破)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국가신용 등급의 상승에 만족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의 'AA-'보다 두 단계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외 신용도가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證據)다. 특히 아시아 경쟁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우리에 앞서 이미 상향조정돼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의 경우 올 상반기에 9.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BBB+'에서 'A-'로 등급이 상향조정된 게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국가신인도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에 그치는 등 저성장 기조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이 부진할 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의 관건(關鍵)이라 할 수 있는 설비투자마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어제 발표된 '6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설비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감소했으며,3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이번 등급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북핵 문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내실 다지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민간투자 활성화 등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대외적인 위상을 결코 강화할 수가 없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용등급의 상승은 한마디로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