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북핵 6자회담이 첫 고비를 맞고 있다. 북·미는 28일 3번째 양자협의을 갖고 3시간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미,본격적인 밀고 당기기 북·미 대표단이 탄 차량이 이날 오전 9시 이전에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들어가는 게 목격됐다. 양국이 전날 공개한 기조연설에서 밝힌 '카드'를 놓고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날 협의 시간은 이번 6자회담을 전후해 이뤄진 양국 간 만남 중 가장 길었다. 양국 간 핵심 쟁점은 △한반도 비핵화의 범위 △핵폐기와 안전보장의 동시이행 여부 및 관계정상화 △인권 및 미사일의 합의문 포함 여부 등 크게 세 가지. 이날 협의는 사안별로 양측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절충안 마련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9월 국제 핵사찰을 통해 핵폐기 범위를 결정하자고 제의했다며 북한에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의 이 같은 제안이 이번 회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합의문 도달은 어떻게 이날 북·미 양자협의가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된 수석대표회의 일정도 자연스레 미뤄졌다. 당초 6개국 수석대표는 전날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된 각국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율해 공동문건에 담아낼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회담기간이 길어지거나 포괄적이고 낮은 수준의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체조선수들이 세 바퀴 돌다 떨어지면 두 바퀴 도는 것만 못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리 대표단은 합의문 형식이 2·3차 때의 '의장성명'보다 격이 높은 '공동발표문' 정도는 돼야 하며 내용도 북한의 핵폐기 공약과 참가국 간 관계정상화,안전보장,경제협력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형식에서 '구속력'을 높이고 내용에서도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담 관계자는 "참가국들이 최소한 '말 대 말'에 집어넣어야 할 것들은 합의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며 "좀더 상황진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