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회를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어패류의 경우 장마나 더운 날씨로 인해 쉬 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식가들 중에는 여름철에 오히려 횟감이 좋다며 일식집을 즐겨 찾아가는 이들도 많다. 가장 대중적인 횟감인 광어가 요즘 제철이고 쉽게 접하기 힘든 민어도 지금이 최고로 맛있다.


일식집은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어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시원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볼 만한 일식집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새롭게 들어선 '린'(02-566-1383)을 추천한다.


새로 오픈한 일식집은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양질의 회를 만날 수 있다.


회는 1인분에 10만원으로 광어 도미 참치 전복 등 친숙한 횟감이 올라온다.


두툼한 도미살을 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빛깔까지 고운 광어의 쫀득함,입안을 사치스럽게 하는 참치뱃살의 쫄깃함도 만끽할 수 있다.


'오도독 오도독' 전복을 먹는 소리는 특유의 비릿함마저 날려버린다.


요즘의 일식집 회 맛은 거의 비슷하다.


회를 숙성시키는 노하우가 대중화돼 어느 일식집을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낸다.


다만 누가 얼마나 좋은 제철 횟감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곳은 제철인 민어를 횟감으로 올린다.


쫄깃하면서 입에 단 느낌을 주는 맛이 일품이다.


나중에 민어로 끓인 탕을 내준다.


민어탕의 진한 국물은 시원하면서 입에 착착 감겨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한다.


고기살도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다.


예전에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은 보신탕보다 민어탕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쳤다.


민어탕만은 별도로 2만원에 파는데 회도 조금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식집은 뭐니뭐니 해도 조리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냥 아무나 무턱대고 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조리장 나이를 보면 그 집 수준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경력 20년이 넘어가는 40대 초반이 절정의 시기라는 게 정설이다.


유명 일식집을 거친 박종열 조리장은 올해가 딱 40살이다.


입맛 까다로운 전라도 출신이고 유명 일식집을 거쳐서인지 손맛이 보통이 아니다.


바쁘다고 대충대충 음식을 내는 일이 없다.


일식집은 보통 점심에만 정식을 팔지만 이곳은 주말의 경우 저녁에도 3만원 내외의 정식을 팔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