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페셜 럭셔리존] 한여름 멋쟁이는 조끼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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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 패션이 한여름을 점령했다.
압구정동이나 홍대앞 대학로 등 서울의 유명 패션가는 조끼 차림의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백화점이나 의류 전문 매장에서도 조끼가 이번 시즌 최고 히트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디자이너 신명은씨(엘록 기획실 감사)는 "유행이나 판매량 모두 베스트(vest)가 베스트(best)"라며 "조끼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는 꼭 10년 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90년대의 대표 패션이던 조끼가 다시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여성복 전문 브랜드인 '시스템'은 최근 17만원대의 금박펄무늬 조끼 120장을 시판 일주일 만에 모두 팔았다.
남성복 '제너럴 아이디어'도 니트 소재와 턱시도 모양의 조끼를 압구정매장에 내놓자마자 완전 매진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루이비통과 클로에,앤드멜미스터 등 수입브랜드 매장에서도 50만~60만원대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조끼류가 가장 잘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스트 히트'의 이유를 10년 전 유행인 머스큘린(masculine.남성적인) 룩의 부활에서 찾는다.
헬무트랭 질샌더처럼 남자옷 같은 여자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인정을 받고 김지호 신은경씨 등 중성적 이미지의 탤런트들이 상한가를 치던 90년대 중반,조끼는 머스큘린 룩의 상징으로 통했다.
"94,95년 쇼트커트 헤어에 브라운톤 화장,통바지에 조끼를 입었던 김지호씨를 떠올려 보세요.
당시 김씨의 조끼 패션을 따라하지 않았던 여대생은 아마 없었을 거예요." 스타일리스트 박혜라씨는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머스큘린 룩이 다시 일어서는 반면 지난 몇 년간 패션계를 지배했던 화려하고 여성적인 로맨티시즘은 그 위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盛裝)의 시대'가 다시 온 것도 조끼 유행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은 가볍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캐주얼화'가 패션의 대세였다면 이제 그 반대 개념인 '드레스 업(dress up)'이 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남성정장 스리피스의 기본 구성물인 조끼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패션홍보회사 인트렌드의 정윤기 실장은 "하반기 들어 의상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조끼뿐 아니라 어두운 색상에 어깨선이 살아 있는 재킷,리본장식의 원피스 등 한동안 옷장 구석으로 밀려났던 드레스 업 아이템들이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조끼의 인기는 10년 전과 같지만 그 디자인과 입는 방법은 다르다.
예전에는 목 부분에 칼라가 없고 앞선이 V네크를 이루는 디자인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칼라가 있고 앞선의 라인도 훨씬 다양해졌다.
턱시도 변형 스타일이 대표적인 예다.
턱시도의 소매를 자르고 숄 칼라 부분에 새틴을 덧댄 디자인은 남녀 모두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공군복 점퍼 변형스타일도 잘 팔린다.
이 조끼는 민소매에 목선이 깊이 파인 셔츠를 여러 겹 겹쳐 입어야 제 맛이다.
보헤미안 풍의 목걸이나 팔찌 등 장신구를 활용해도 좋다.
이때 조끼의 앞 단추를 꼭 열어주는 게 포인트다.
반소매 셔츠에 조끼를 입거나 조끼 하나만 입고 앞 단추를 꼭 채우던 이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조끼를 반드시 재킷 안에 입어야 한다는 과거의 불문율도 깨졌다.
샤넬이 재킷 위에 조끼를 입는 새로운 패션을 제안해서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