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섹스를 할 때는 대충 대해도 된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큰코다칠 소리다. 섹스를 떠나 이런 마인드는 인격적으로도 아내를 무시하는 것이다. 모든 아내들은 최소한 잠자리에서만은 영원히 왕비처럼 살고 싶어한다. 한데도 아내의 이런 정서를 무시하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거나 '때가 되었으니 한번 하자'는 식의 잠자리를 계속하는 남편들이 적지 않다.
아내는 이런 남편에 대해 육체적인 불만뿐 아니라 부부관계를 떠나 인격적인 모독까지 느낀다. 육체와 마음이 떠나면 부부가 기댈 언덕은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기혼자의 혼외관계를 연구한 한 논문을 보면 남녀 모두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혼외 섹스에 유혹을 느끼는데 이 중 73.2%가 '섹스불만 때문에 외도에 관심을 가진다'고 대답했다.
기혼여성 대상의 한 설문조사에서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43.3%가 '있다'고 답했다. '애인을 사귀는 이유'에 대해 48.2%가 '남편은 자신에 대해 무관심한데 반해 애인은 관심을 갖고 존중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더 많은 중년 아내들이 한번쯤 불륜을 꿈꾸어 보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남편을 떠나 있는 중년의 아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남편들은 직시해야 한다.
"신혼 때에는 남편이 팔베개를 해주었지요. 저는 남편의 팔이 저릴까봐 안 한다고 했지만 남편은 기어이 우겨서 팔베개를 해주곤 했지요." 부부는 이렇듯 서로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고 아내들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으로 살아간다.
이런 신혼들이 중년이 되어가면서 사랑과 행복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신혼 때 성스러움과 호기심에 가득찬 섹스를 즐겼던 부부들이 늘 같은 패턴의 단조로운 성생활을 반복하면서 어느새 '섹스 매너리즘'에 빠져버린다.
"어쩌다 분위기를 만들어보려고 팔베개를 해 달라고 하면 남편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쳐다봐요. 약이 올라 우격다짐으로 팔을 끌어오면 마음은 없이 팔만 와 있다는 걸 느끼죠.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팔을 빼거든요.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월이 흘러 부부생활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져드는데도 아랑곳없이 전희도 생략하고 바로 들어가는 섹스를 반복하는 남편들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내들은 하소연한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만히 있지요." 어떤 아내는 그야말로 '대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고 토로한다. 중년 남편들은 아내를 배려하지 않으면 아내가 밖에서 배려해줄 사람을 찾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년 부인의 우울증,불안감,이유를 알 수 없는 남편에 대한 핀잔 등이 대부분 '잠자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성들은 알아야 한다. 남녀가 잠자리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부부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정의 행복까지 좌우하는 게 세태라면 세태를 따르는 게 현명한 것이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