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줄 모르는 사람은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 30대 주부는 그냥 편하다는 이유로 청바지를 입고 다른 주부는 자신이 아직도 젊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청바지를 입는다.


같은 청바지를 선택하면서도 한쪽은 실용성을 중시하고 다른 쪽은 과시욕에 무게를 둔다.


이처럼 서로 다른 동기와 욕구를 어떻게 감지하고 시장에서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마케팅의 열쇠다.


'대한민국 여성소비자'(홍성태 지음,세종서적)는 소비 시장의 80%를 좌우하는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패턴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여성소비자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소비심리 분야 전문가인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미국 미주리대 교수 시절 '최우수 연구교수상'과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고 독창적인 감각의 저서 '보이지 않는 뿌리''소비자 심리의 이해' 등을 쓴 권위자다.


그는 이 책에서 서울과 일산,분당 등 수도권의 만 19세 이상 54세 이하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한 뒤 이를 여섯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을 겨냥한 마케팅 기법까지 제시한다.


여섯 그룹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열등감 집단'과 '자족감 집단''우월감 집단'이 그것.이 세 집단을 두 유형씩 세분화한 분석이 이 책의 핵심 포인트다.


열등감 집단의 'FI(자포자기형)'는 자신감 없는 부류.큰 욕심 없이 "그저 이대로 살래요"하는 소극적 유형이다.


이들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주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만 정해서 권하는 게 좋다.


'FO(욕구불만형)'는 자기중심적인 권태기 아줌마 유형으로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명품을 구입하고 과시하는 걸 좋아하므로 모방심리를 자극하면 금방 반응한다.


자족감 집단의 'AI(알뜰소박형)'는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지만 꿈 많고 모범적인 유형인데다 꼼꼼히 따지는 편이므로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는 게 좋고 'AO(안전건실형)'는 전형적인 한국형 주부들로 공짜를 좋아하고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인기상품을 권하는 게 유익하다.


우월감 집단의 'SI(미시개성형)'는 "내 인생 내가 살련다"식의 개인적 성향이 강한 여성으로 남 눈치를 잘 안보고 명품을 선호하며 값보다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유행을 따르지 않는 제품의 특성으로 설득해야 한다.


'SO(대세리드형)'는 의욕이 넘치고 활달하며 돈도 좀 있는 전업주부들.우쭐대고 남 간섭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므로 "이 제품이 가장 유행"이라는 걸 강조하고 비행기를 태우면 충동구매를 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이 책은 여성 소비자들의 행동양태와 가치관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세분시장의 트렌드까지 내다보게 해준다.


조사대상 집단의 유형과 특성,의식주와 가족.여가 등 모든 분야에서 입체조명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신제품 수용성이나 브랜드 지향성,마케팅 민감성 등의 성향분석도 뒷받침돼 있어 곧바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다.


296쪽,1만4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