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투자부진은 정부규제 탓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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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부총리는 엊그제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 포럼에서 지금의 투자 부진은 정부 규제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탓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투자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것이 기업 탓이라고 단정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경기에 대한 판단을 헷갈리게 하는 결정적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기업들의 투자부진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하반기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성장잠재력 저하로 직결돼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변명쯤으로 정부가 생각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 부총리는 대기업들이 70조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건 수익모델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안이(安易)한 인식이다. 설사 그렇다 해도 어쩌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수익모델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까를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수도권 규제완화를 기대하며 대기하고 있는 투자사업만 하더라도 몇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뿐 아니다. 대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려 해도 이런저런 출자제한을 따져야 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보호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이 모두 수도권 규제,출자총액제한제,금융사 의결권 제한 등과 같은 규제들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다.
이를 두고 과연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가업의 수익모델을 말하기 전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부터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