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 감축 '양다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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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교토의정서 체제에 가입한 와중에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체제인 '아시아·태평양지역 6개국 연합체'에도 참가하는 등 국제 기후협약에서 '양다리 전략'을 구사,기업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강제적으로 줄여야 하는 기후변화협약 체제인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새 체제는 자율 감축을 모토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20일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를 설치,기업들로 하여금 사전 감축을 유도하는 상황이어서 기업들로부터 "온실가스를 당장 줄이라는 것인지,좀더 지켜보자는 것인지 정책방향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환경협약 '이중 플레이'
한국 정부는 1997년부터 교토의정서 체제에 깊숙이 발을 담궈 왔으며 2002년 11월 교토의정서를 비준했다.
지난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됐지만 한국은 다행히 개발도상국가 지위를 부여받아 당장은 온실가스를 강제로 줄여나가야 하는 부담은 피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한국도 2013년께부터는 강제 감축 의무가 발생할 것이란 점을 예고했으며 정부도 이를 수용,사전 감축 유도정책을 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를 연 것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실천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등록소의 업무다.
정부는 그런데 지난 28일 미국이 주도하고 호주 중국 인도 일본 등이 참여하는 새 체제에도 참가키로 했다.
새 체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아 교토의정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미국이 강제감축 대신 자율감축을 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
호주 역시 교토의정서에 참가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는 경제성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에서 두 번째와 다섯 번째로 많아 교토의정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나라들이다.
◆기업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강제감축과 자율감축을 주장하는 두 체제에 동시에 가입한 탓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새 체제는 교토의정서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교토의정서를 보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감축 유도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교토의정서 탈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선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교토의정서를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리부터 비용을 들여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에 대한 불신도 불거지고 있다.
산자부는 "사전에 온실가스를 줄일 경우 나중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가 아니라 '혜택을 부여한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굳이 자발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