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젊은 작가 가네하라 히토미가 2년 전에 내놓은 '뱀에게 피어싱을'은 일본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 소설이다. 피어싱(piercing)과 문신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파격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끈 이 소설엔 '스플릿 텅'이라는 말이 나온다. 뱀처럼 혀끝이 둘로 갈라졌다는 뜻이다. 주인공 루이는 혀에 피어싱을 하는데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혀끝이 갈라지고 그 구멍만큼이나 일상생활도 공허해진다는 줄거리다. 왜 피어싱을 하는가. 대부분이 자기만의 멋과 개성을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그 내면에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즐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즐긴다"는 광고 카피처럼 심리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때로는 친구가 하니까 나도 그냥 한번 해본다는 동류의식에서 비롯되기도 하다. 1960년대 히피문화에 접목되면서 퍼지기 시작한 피어싱은 일탈과 현실부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연예인과 모델들이 피어싱을 하면서부터 멋이 강조되는 장식과 액세서리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구멍을 뚫는 신체부위도 다양해졌다. 귓볼과 코,배꼽은 물론이고 고대 로마인들이 용맹성을 과시하기 위해 했던 유두나 인도성전인 카마수트라에 나오는 것처럼 성기에도 피어싱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어싱의 부작용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얼마전 이스라엘의 한 보고서에서는 혀 피어싱을 한 사람이 언어장애라는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보고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피어싱의 후유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귓볼에 피어싱을 했다가 연골이 상하는가 하면,배꼽 피어싱의 염증이 복막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체노출이 심한 여름철에는 피어싱이 유행하곤 한다. 이제는 나이든 전문직 종사자들도 선호한다고 하는데,자신의 개성표현도 좋지만 피어싱의 심각한 후유증도 생각해 볼 때다. 피어싱의 저주는 누구를 가리지 않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