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2> 벨기에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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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바로크 화풍의 대가 P P 루벤스와 동화 '플란다스의 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벨기에 앤트워프.하지만 중앙역사를 나서면 7,8월의 백야보다 더욱 빛나는 다이아몬드 거리가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반지 목걸이 시계 등이 다이아몬드로 치장하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상인들은 앤트워프를 '월드 다이아몬드 시티'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원석의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전 세계 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화려한 빛을 좌우하는 커팅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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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앤트워프에서는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80%,가공석의 50%가 거래된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도 40% 정도를 취급해 전 세계 다이아몬드 총 유통 물량의 60%를 이곳에서 담당하는 셈이다.
고용 인원은 현지 인구의 5%가 넘는 2만7000명.최근 들어서는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아시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 수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가공품의 경우 수출 규모가 2002년 64억달러에서 2003년 72억달러,그리고 지난해에는 81억달러로 늘어났다.
두자릿수의 증가세다(최대 상인협회인 HRD 추산). 월드 다이아몬드 시티라고 자부할 만하다.
벨기에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생산하지 않지만 이와 가장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국가다.
유럽 제2의 항구도시인 앤트워프에 16세기께 포르투갈 출신 유태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당시 유일한 생산지인 인도의 다이아몬드가 이곳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들어 포르투갈 식민지 브라질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이후에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중심지로 자리를 굳혔으며,1893년에는 세계 최초로 다이아몬드 거래소도 설립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한때 침체를 겪었지만 박해받던 유태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앤트워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현지 최대 가공공장인 D D 매뉴팩처의 와이스 조셉 관리담당 이사는 '신뢰'를 첫손에 꼽는다.
그는 "앤트워프에 있는 4개 거래소의 정회원이 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원석 거래소의 경우 기존 회원 추천 이후 2개월간의 공개 검증을 거쳐야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캐럿짜리 원석을 손에 넣으면 가공지로 가장 먼저 앤트워프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품질보증서를 발급하는 과정도 상당히 엄격하다.
HRD의 제니 바튼 공보관은 "다이아몬드의 4C인 캐럿(크기),컬러,클레리티(투명도),커팅 등 4단계의 조사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업계가 제시한 품질 등급을 인증해준다"고 강조했다.
HRD가 발행한 품질보증서가 있는 다이아몬드는 100% 믿어도 된다는 얘기다.
HRD는 인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체 연구소는 물론 숙련공 훈련소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커팅 등 고급 기술이 필요한 연마 분야는 그 어느 지역도 따라올 수 없는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캐럿당 평균 수출 단가가 2002년 695달러에서 2003년 714달러로 오르는 등 해마다 상승 추세를 타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현지 최대 다이아몬드 점포인 다이아몬드 랜드의 미구엘 수레다 대표는 인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의 경쟁관계에 대해 "잊어 달라"고 단언했다.
커팅 기술이 뛰어나 세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가격은 암스테르담보다 평균 20~30% 정도 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앤트워프의 성장은 개방적인 민족성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벨기에는 유럽의 대표적 자유무역국가로 자금력만 있으면 국적에 관계없이 손쉽게 정착이 가능하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은 외국어에 능통하다.
앤트워프(Antwerp)라는 도시 이름은 영어식 표기로,앙베르(Anver·프랑스어) 안트베르펜(Antwerpen·네덜란드어)이라는 도시명과 아무런 꺼리낌 없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게 그 예다.
물론 인도와 중국 등이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다이아몬드 산업에 적극 진출하면서 앤트워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 다이아몬드의 불법 거래,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규제도 부담이다.
하지만 앤트워프는 신뢰를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특화하는 전략을 통해 새로운 국제환경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앤트워프(벨기에)=김영규 부국장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