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워프 다이아몬드 거리에서 인도인들을 만나면 아직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이아몬드 산업을 유태인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16세기 다이아몬드 연마법을 처음 개발한 사람들도 유태인이고,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유태인이다. 유태인을 지칭하는 영어단어 Jewish도 보석(jew)과 연관이 깊다. 하지만 요즘 앤트워프는 인도인들의 대약진으로 유태인들의 독점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인도인들은 지난 20년간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세력을 꾸준히 확장,이 지역 다이아몬드 시장 점유율을 25%에서 50%대로 끌어올렸다. 반면 유태인들의 매출 비중은 25%대로 쪼그라들었다. 구렛나루와 검은 모자를 쓴 유태인들 사이로 인도인들이 활보하는 게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거리의 현주소다. 사실 인도인들의 대약진은 예상된 일이었다. 인도는 다이아몬드 광산이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곳이다. 골콘다 다이아몬드 브랜드도 그래서 나왔다. 그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과거에는 광산에 의존해 연마 기술은 상당히 낙후돼 있었다. 하지만 1930년대 일부 인도인들이 다이아몬드 연마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앤트워프로 건너왔고,2차대전 직후에는 인도 정부가 앤트워프에서 일하는 자국 출신 연마 전문가를 불러들여 전략적으로 이 산업을 육성시켰다. 인도는 지금 기술과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앤트워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을 점차 잠식해 나가고 있다. 현재 세계 다이아몬드 연마 산업 종사자의 95%는 인도인인 것으로 추산된다. HRD의 제니 바튼 공보관은 앤트워프 주요 공장의 대부분이 인도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도가 유태인에 비해 아직 저급품 시장을 장악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 격차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국의 추격도 뿌려쳐야 할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