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기초여건은 좋지 않은데도 주가는 연일 급등함에 따라 조만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이른바 '펀더멘털(Fundamental)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 성장률은 3%의 낮은 수준에 그쳤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기업별로 차별화(nifty-fifity) 현상이 심하지만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주가가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대로라면 최근의 주가 상승은 분명히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이자 앞으로의 주가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펀더멘털론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와 구조 변화가 상당히 진전된 점이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43%를 넘을 만큼 윔블던 현상이 심해졌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은 '세계=국가=기업'의 시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투자 대상국의 거시지표가 안 좋다 하더라도 수익이 기대되는 개별 기업만 있으면 투자한다.


또 우리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치 못함에 따라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기업일수록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부진하더라도 세계 경기가 좋으면 수익이 개선되고 주가는 상승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운용도 선진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저금리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종전의 노후 대비 주자산 운용처였던 은행권의 탈 예금화 현상이 심해지는 대신 주식형 펀드와 연금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 방식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 요즘 재테크 시장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증시 수급 구조상의 초과 수요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


현재 약 70조원에 달하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 등을 감안하면 주식 공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주식 위주의 자산운용이 정착되는 상황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족한 것도 펀더멘털론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절대적인 유동성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부동산 거품 우려에 따른 자금 흐름 구조 개편으로 증시 주변의 가용자금 규모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펀더멘털론의 시각대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종전처럼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처럼 한 가구의 소득 구성에서 소비 성향이 높은 자산 소득과 우리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부(富)의 효과'로 펀더멘털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펀더멘털론에 따라 앞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큰 폭 조정 가능성은 적고,조정 이후 주가가 한 단계 오른 수준에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으레 이쯤이면 고개를 드는 펀더멘털론대로 국내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증시로의 자금 유입 물꼬가 트일 경우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부동산 투기억제와,금융과 실물부문이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dichotomized economy)'를 해소할 수 있는 최선책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