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도우미' 전문가들은 TV홈쇼핑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중소기업의 판로 역할을 주저없이 꼽는다. 지난 95년 8월 한국홈쇼핑(지금의 GS홈쇼핑)과 39쇼핑(지금의 CJ홈쇼핑)이 첫방송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홈쇼핑 제품의 80∼90%를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5개 홈쇼핑사가 협력업체 계약을 체결,정기적으로 물건을 납품받는 업체수는 대략 1만여개.여기에 홈쇼핑이 운영 중인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물건을 파는 중소 제조업체 수를 감안하면 협력업체 숫자는 몇 배 더 늘어난다. 명실공히 홈쇼핑이 중소기업의 핵심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이는 양쪽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홈쇼핑 업체로선 일반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 유통망을 극복하려면 독특하고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했다. 기술력과 독창성을 가진 중소기업 제품들을 승부수로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에 따라 홈쇼핑과 우수 중소기업 간의 '공생'이 시작됐다. 덕분에 홈쇼핑의 시장규모는 올해 총 매출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LG투자증권은 오는 2007년까지 국내 TV홈쇼핑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8.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쇼핑 산업 발전에 따른 부수 효과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물류업체.홈쇼핑이라는 거대한 수요처가 생기면서 광역시와 도에 국한됐던 물류 인프라가 전국 시 군 구로 확대됐고 정확한 배달에 대한 요구는 물류시스템의 정보기술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특히 홈쇼핑 산업은 여성 고용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MD,PD,카메라감독 등을 비롯해 쇼핑호스트는 여성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텔레마케터,여성 엔젤 택배요원 등 새로운 직업군도 나타나면서 여성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박상품'과 '깡통상품'의 차이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대박'을 꿈꾸며 오늘도 홈쇼핑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중소업체의 홈쇼핑 진출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 일시적인 '반짝 히트'에 고무돼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다가 환불,재고부담 등으로 문을 닫은 업체가 부지기수다. 경쟁률 또한 치열하다. 홈쇼핑업체당 직접 방문이나 이메일 제안서 등을 통한 신청 건수는 월 평균 500∼900여건.이중 최종 심사를 통과해 홈쇼핑에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수는 기껏해야 20∼30개에 불과하다. 경쟁률이 무려 수백 대 1에 달하는 셈이다. 대박상품과 깡통상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장 트렌드에 맞는지,그리고 홈쇼핑을 통한 방송에 적합한 제품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쇼핑호스트가 TV를 통해 주요 기능을 시연(설명)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볼거리를 주지 못한다면 히트칠 가능성이 낮아 홈쇼핑 적격 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저가격 대량판매'라는 컨셉트는 원칙 중의 원칙이다. 아무리 저가라고 해도 배송을 전제로 하는 만큼 반품률이 낮은 것은 기본이고 배송비를 감당하려면 상품가격이 5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 CJ홈쇼핑 관계자는 "일부 업체 중에 일시적으로 자금의 숨통을 틔우려고 홈쇼핑에 진출하는 경우가 있지만 자칫하면 홈쇼핑 제시가격이 고정가격으로 굳어져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