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철수씨(40)는 요즘 괌 PIC리조트에서 보낼 8월 마지막 주 여름 휴가를 기대하며 폭염을 견디고 있다. 김씨는 "지난 10년간 여름 휴가지로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았지만 올해는 가족들 사기 문제도 있어 해외로 떠나기로 했다"며 "이젠 동해안이 식상해진 데다 국내 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외 바캉스족이 증가하고 체험형 관광상품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동해안 피서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여행업계는 동해안 해수욕장과 설악산 등을 둘러보는 '전통적인 바캉스' 시대는 지나갔다고 판단,블루오션형 관광상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해안,피서지 왕좌 내주나=동해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주요 여행사들은 동해안 관광상품을 줄이는 대신 관광과 체험학습을 겸한 관광상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개였던 동해안 관광상품을 올해 1개로 줄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동해안 여행객이 작년부터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동해안은 이미 누구나 한번쯤은 가 본 곳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바캉스를 즐기거나 전남 다도해 등 독특한 피서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여행 관계자는 "2박3일 이상의 여행상품 중 잘 팔리는 것은 드라마 '겨울 연가'로 유명해진 관광지인 경남 거제시 외도해상공원,전남 보성의 녹차 밭,강원도 대관령 양떼목장,허브 농원 등 체험형 여행상품"이라고 말했다. ◆돈 쓰는 관광객은 줄어=이 같은 추세와 달리 동해안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다. 주말을 이용해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7월22일부터 28일까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동해안 관광지로 통하는 7개 IC로 빠져나간 차량은 지난해 20만대(4개 IC 기준)에서 올해 23만2000대로 16% 정도 증가했다"며 "그나마 지난해보다 IC가 늘어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동해안 관광지에 도착한 사람들이 느꼈던 교통체증은 예년과 엇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0일 밤부터 31일 내내 강원도 방향 영동고속도로는 몰려드는 휴가 차량으로 지체와 정체를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처럼 짧게 동해안 지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피서 특수와 무관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낙산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e콘도텔의 한 관계자는 "주말을 이용해 강원도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저렴한 숙소를 이용하고 돈이 많이 드는 관광지는 아예 들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저가 '세컨드 바캉스 상품' 각광=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두 번째 피서를 가는 경우도 많다. 여행업계는 해외 여행으로 휴가비를 소진한 뒤 싼값으로 국내 여행을 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맞춤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파크여행 관계자는 "강원도 방면의 당일여행,무박여행,1박2일 여행 등 10만원 미만의 저가 여행상품 판매량은 예년보다 훨씬 늘었다"며 "새벽에 버스를 이용,경포대를 다녀오는 2만5000원짜리 여행상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버스나 기차 찜질방 등을 이용한 여행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을 감안해 새로운 저가 주말상품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유승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