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에서 TV홈쇼핑의 등장은 한국인의 쇼핑습관과 문화를 바꿔놓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된다.'보고 만져봐야 사는' 쇼핑습관을 깨고 TV를 보면서 상품을 사는 '안방쇼핑시대'를 활짝 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이다.


백화점 할인점 등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TV홈쇼핑 역사는 짧다.


지난 1995년 8월 GS홈쇼핑(옛 한국홈쇼핑)과 CJ홈쇼핑(옛 39쇼핑)이 개국방송을 시작하며 출발한 홈쇼핑은 이제 갓 10주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TV홈쇼핑이 국내 유통산업 및 여타 산업에 미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무엇보다 '통신유통'이란 판매채널을 주류로 부각시킴으로써 백화점같은 기존 유통 채널에 접근하기 힘들던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어느 유통업태도 이루지 못했던 성장속도를 보여줬다.


GS홈쇼핑은 방송 첫해인 95년 총매출액(취급고 기준)이 1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매출액이 1조4800억원으로 10년 만에 1000배 이상 성장했다.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홈쇼핑의 위상도 부쩍 높아졌다.


전체 149조원(2004년 기준)으로 추정되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한다.


재래시장을 제외하면 할인점(14.4%),백화점(11.1%)과 함께 유통시장의 '빅3'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지난 2001년에는 현대,우리,농수산홈쇼핑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5개 업체 간 상품 및 서비스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5개 홈쇼핑업체의 매출은 약 4조2000억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해온 홈쇼핑산업은 성숙단계를 지나 이미 포화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까지 누려온 고성장세는 앞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무형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해외진출,TV커머스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홈쇼핑의 상품변화


지난 1995년 GS홈쇼핑과 CJ홈쇼핑은 개국방송에서 만능리모컨과 뻐꾸기 시계를 팔았다.


초기 홈쇼핑의 판매제품은 주로 자체 유통망이 없는 중소기업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IMF환란 이후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위축돼 대형 가전업체들이 잇따라 홈쇼핑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면서 제품구색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각종 아이디어제품은 물론이고 이미용 패션제품,식품류,에어컨 냉장고 TV 컴퓨터 등 첨단 가전제품까지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 없다.


최근에는 보험 증권 부동산 등 재테크상품,뮤지컬 영화 등 공연상품과 무형상품들이 홈쇼핑의 주력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 홈쇼핑은 해외이민상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홈쇼핑의 취급상품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들어 5개 홈쇼핑업체가 외형보다는 수익경쟁으로 방향을 틀면서 새로운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열대야 마케팅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아이스크림도 홈쇼핑의 판매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주부들 입소문이 히트 산파역


국내 홈쇼핑산업은 '안방 권력'을 틀어쥔 주부들의 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주부의 입소문은 엄청난 구매유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단 홈쇼핑에서 뜨면 백화점 할인점 등 전체 유통시장의 히트상품으로 부상한다.


홈쇼핑에서 히트한 대표적인 상품이 김치냉장고.김치냉장고는 홈쇼핑에서 뜨기 전만 해도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선 거의 팔리지 않고 매장 구석에 파묻혀 있던 상품이다.


하지만 홈쇼핑이 쇼핑호스트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기능시연 등으로 주부들의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황토솔림욕 스팀청소기 안동고등어 발효기 등 제품은 홈쇼핑에서 데뷔해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상품들이다.


이렇다보니 홈쇼핑용 상품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홈쇼핑 기업도 출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MP3,양문형 냉장고,스팀세탁기 등 신개념의 디지털 가전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홈쇼핑 문을 두드리는게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방송을 통한 광고마케팅효과는 물론이고 자세한 설명과 시연 등을 통해 신제품을 시장에 퍼뜨리는 데 홈쇼핑만한 유통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