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일본 오사카돔.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인 유도스타 윤동식 선수가 일본 이종격투기 게임인 '프라이드'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윤 선수는 뭇매를 맞고 1회 38초 만에 TKO패 당했다. 당시 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로 이를 지켜본 국내 팬들의 아쉬움은 컸지만 링 밑에서 윤 선수의 투혼을 담담하게 지켜보는 눈길이 있었다. 국내 최초의 '변호사 겸 스포츠 에이전트'인 박영욱 변호사(42)다. 그는 "이제 시작이다"며 혼잣말을 했다. 실제 윤 선수는 초라한 데뷔전에도 불구하고 흥행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다. 박 변호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에이전트다. 2001년 9월 FIFA에서 처음 실시한 에이전트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박 변호사는 그해 38세의 늦깎이로 사법시험에도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프로선수를 대리해 구단 입단 계약이나 맺어주는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을 갖고 그를 대했다. 하지만 그의 얘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가 '스포츠 법에 정통한 변호사'를 넘어 이미 '스포츠 비즈니스맨'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이종격투기 시장의 문을 두드린 윤 선수는 비즈니스맨으로서 박 변호사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작품이다. 지난해 박 변호사가 윤 선수를 일본 무대에 진출시키려고 동분서주하던 때는 공교롭게도 씨름선수 최홍만이 또 다른 이종격투기 K1 진출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이종격투기에 관한 한 일본이 최고 시장입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싸움꾼들로부터 시합에 출전시켜 달라는 팩스가 프라이드 주관사로 하루에 수백장씩 쏟아져 들어옵니다. 하지만 프라이드측과 커넥션이 없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윤 선수의 일본 시장 진출은 스포츠 비즈니스맨 박 변호사의 '안면 장사'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어려서부터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렸던 그는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엔터테인먼트회사 초록뱀M&C가 스포츠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고 할 때 이곳에 합류했다. 그가 스포츠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전환점이 된 셈이다. 그는 일본과 브라질을 드나들며 프로축구구단 스카우트 담당자 및 유력 에이전트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스포츠 비즈니스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떴다. FIFA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국내 프로구단과 이들이 영입한 외국선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할권은 국내 법원이 아니라 FIFA에 있습니다. 또 프로선수들이 구단을 옮길 때는 이적료 외에 +α계약(몸값 상승분)까지 맺어야 하는데 이런 규정들에 문외한인 국내 구단들은 계약금 분배를 요구하는 외국 구단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국내 스포츠구단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네덜란드리그 득점 1위를 기록한 크로아티아 선수를 데려왔지만 한국 리그 진입에 실패한 것. 물론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스포츠계의 시각이 호의적이지 않음을 안다. "먹물 먹은 사람이 스포츠를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고 수군거리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박 변호사는 지난해 발족한 프로배구와 1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농구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로 가득차 있다. 친분 있는 변호사들에게는 입이 닳도록 스포츠 비즈니스 시장 진출을 권유한다. "대학에서도 법리 측면에서 스포츠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분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이 분야야말로 블루오션이지 않을까요."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