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는 'PC 가격파괴'다.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를 막론하고 한여름에도 PC 가격 경쟁은 지칠 줄 모른다. 데스크톱과 노트북PC 가격은 중가와 고가 휴대폰 가격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국내 시장의 데스크톱 가격은 40만∼50만원대로 떨어졌고,노트북 시장에는 100만원 미만의 저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데스크톱은 중가 휴대폰, 노트북은 고가 휴대폰 가격과 비슷한 셈이다. 원래 '거품'이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기에 가격이 쑥쑥 빠지는 것일까. 아니면 '재고 소화'에 바쁜 업체들이 눈물을 머금고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는 것일까. 관계자들은 "PC가격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시장이 장기간 침체된 상태에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신기술 사이클이 단축되면서 부품 가격의 하락이 재빨리 반영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데스크톱,더 이상 쌀 수 없다(?) 먼저 데스크톱은 20만∼30만원대(본체 가격) 조립PC가 워낙 확산돼 있기 때문에 가격 논쟁을 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PC의 가격 파괴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격 파괴의 선봉장'은 델컴퓨터다. 델은 지난 4월 40만원대 데스크톱(모델명 디멘션3000)을 내놓더니 최근엔 국내 최초로 차세대 마더보드 규격인 BTX 기반의 제품(디멘션5100)을 60만원대에 선보였다. 최신 BTX 제품은 발열과 쿨러 팬 소음이 적은 점이 특징이다. 인텔의'945G' 칩셋을 장착하고 있어 사용자가 원하면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 (CPU)를 끼워넣을 수 있다. 기본 사양은 펜티엄M 프로세서 521(2.8㎓)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 80GB,메모리 256MB DDR2 등이다. 주문제작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요즘 삼성 HP 등 다른 브랜드 PC도 70만∼80만원 정도만 주면 학습이나 업무용으로 무리 없는 성능 좋은 데스크톱을 한대 장만할 수 있다. ○소노마 노트북도 100만원대 초반 노트북의 가격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많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비해 노트북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실제로 프라이스워치(pricewatch.com) 등 외국의 유명 인터넷몰에 들어가 보면 똑같은 브랜드,비슷한 규격의 노트북이 국내 인터넷몰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절대 가격이 대폭 낮아진 저가 노트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산 제품은 60만∼70만원짜리도 나와 있을 뿐 아니라 삼성 LG 도시바 IBM 등 브랜드 노트북도 100만원 이하의 제품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최근엔 인텔 최신 모바일 플랫폼인 '소노마' 기반의 첨단 노트북도 100만원대 제품이 잇따라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델컴퓨터는 지난 5월 14.1인치 소노마 노트북 '래티튜드 D510'을 99만9000원(부가세 별도)에 선보였다. 부가세를 포함해도 108만원대.한국후지쯔도 최근 109만원짜리 소노마 노트북 '라이프북 C1320'을 내놓았다. CPU는 펜티엄 M,HDD 60GB,메모리 256MB DDR2 등 사양도 양호한 편이다. 삼보컴퓨터도 최근 150만원대 소노마 노트북PC '에버라텍 4200'을 내놓았다. 에버라텍 4200 모델은 13.3인치 와이드 화면에 메모리 512MB, 하드디스크 용량 80GB 등의 사양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대다. 최근의 저가 노트북 공세를 계기로 노트북의 가격파괴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정세희 팀장은 "아직도 국내 시장의 노트북 가격에는 거품이 꽤 남아 있다"며 "외국 동향을 감안하면 150만원대 제품이 100만원 선으로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