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도시보다 잘사는 농촌 ‥ 김영순 <크레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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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 크레듀 대표 mryoung.kim@samsung.com >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인지 나에게 농촌은 전원일기의 배경처럼 한가롭고 평온한 곳이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알게 된 농촌은 살기 힘들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는 농촌에 비해 혼잡하고 공해가 많기는 하지만 경쟁적인 환경은 사람을 역동적이게 만들고 끊임없는 자극은 새롭게 변화하는 데 적합한 환경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농림부 농정혁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회의에서 다양한 혁신 사례를 접하면서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자기발전과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가령 고구마가 많이 나는 해남지역에서는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를 겨울 동안 수확할 때와 동일한 품질로 저장,봄에 팔면 3배나 비싼 값을 받는다.
가을에 감을 수확하면 3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홍시나 곶감으로 만들어 팔면 3000원이 돼 부가가치를 10배나 높일 수 있다.
도시에서 살다 귀향해 논농사를 짓던 어떤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수요가 늘어나자 마을 전체의 쌀을 경작,유통해 기업농과 같은 규모를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비결인 즉 수확 후 80%만 도정해 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나머지를 도정해 신선한 쌀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공급자에게는 소득을 높여주고 소비자에게는 유통 비용만큼의 가격을 낮춰줌으로써 성공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지식 같은 소프트적인 요소들은 기존의 산업을 각각 0.5차 고도화시킴으로써 잘사는 농촌을 만들고,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앞의 이야기가 바로 1차 산업인 농업에 지식과 창의성을 결합해 1.5차 산업으로 고도화한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전국의 많은 농촌이 지식과 정보기술을 활용해 고구마 저장이나 홍시 제조처럼 저마다 특화한 기술을 학습하고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 고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정보화마을 사업 등 농촌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식정보화가 농촌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문화와 자녀 교육 환경 개선에까지 활용된다면 삭막한 도시에 대한 미련을 버려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