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린터 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이 심상치 않다.


흑백 레이저 프린터는 이미 중급 잉크젯 프린터 수준인 10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진 지 오래고 작년까지만 해도 100만원 안팎이던 컬러 레이저 프린터 가격도 최근 하한선이 50만∼6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후지제록스 HP 델 등 외국계 프린터 업체들은 대대적인 '가격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 5위를 달리고 있는 다국적기업 후지제록스프린터스(FXP)는 올 하반기 중 보급형 레이저 프린터를 대거 쏟아내며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황유천 FXP 사장은 "지난 상반기엔 2종의 컬러 레이저를 선보이는 데 그쳤지만 올 하반기에는 흑백,컬러,복합기 등 20여종의 다양한 레이저 제품군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흑백 레이저의 경우 기존 10만원대 제품은 출력속도가 분당 14∼18ppm인 데 비해 후지 제품은 가격은 비슷해도 속도는 20ppm급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황 사장은 "컬러 레이저 가격도 보급형은 30만원 내지 4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잉크젯 프린터 선두 업체인 한국HP도 가격 공세에 동참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컬러 레이저 가격을 50만원대로 낮췄고 8,9월께 선보일 컬러 레이저 제품군의 가격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가격 싸움을 감안할 때 50만원 선은 조만간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 시장에 들어온 세계 2위 프린터 업체인 미국 렉스마크도 저가 제품군을 팔고 있다.


가격대는 흑백 레이저는 20만원대 초반,컬러 레이저는 50만원대 초반이다.


현재 레이저 시장만 공략하고 있는 렉스마크는 한국 3위 프린터 브랜드를 목표로 정했다.


프린터 업체들이 지목하는 경계 대상 1호는 미국 델컴퓨터다.


델은 연말께 한국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미 미국 중국 등지에서 10만원대 초반의 흑백 레이저와 40만원대의 컬러 레이저 제품을 선보이며 '가격 거품 빼기'를 주도하고 있다.


프린터 업계 관계자는 "델이 프린터 시장에 들어온다는 얘기는 '가격파괴'가 극심해질 것이란 말과 같다"며 "프린터 업체들이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판매대수 기준으로 삼성의 점유율은 47.4%였으며 한국HP(27.4%) 롯데캐논(9.2%) 신도리코(4.4%) 후지제록스프린터스(3.4%) 등이 뒤쫓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