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는 특별하지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게임이다." 성인용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표방하고 있는 레퀴엠을 개발한 그라비티의 윤상진 개발팀장은 레퀴엠의 특징을 위와 같이 요약했다. 그의 말처럼 레퀴엠은 이제껏 나온 어떤 게임에 비해서도 전체적인 구성과 이미지가 독특한 게임이다. 우선 게임의 배경이 인간사회의 어두운 모습에 초점을 맞춰 매우 진지하다. '죽은 이를 위한 미사'라는 레퀴엠의 원래 의미처럼 어둡고 진지하고 심지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게임을 하면서 게이머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레퀴엠은 그런 공포마저 게임을 진행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레퀴엠은 기존 MMORPG에서 하듯 목표를 정해 놓고 몬스터만 때려잡아 이기거나 내가 성주가 돼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만 잘하면 되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우리가 실제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처럼 캐릭터 간의 대립과 반목 타협 배신 혼돈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윤 팀장은 '레퀴엠'의 가장 큰 특징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의 성향이 고스란히 게임 세계에 반영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게임의 전개 과정에서 반영된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스토리가 끊임 없이 변화한다"며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플레이에 따라 유명한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악명 높은 악당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의 위치에 따라 게임 내에서 만들어진 세계는 상이한 반응을 보인다. 영웅에게는 환호와 함께 칭찬과 혜택이 주어지지만 악당에게는 손가락질과 불이익이 돌아간다. 레퀴엠은 그라비티의 다른 게임처럼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세계 37개국에 진출해 있는 라그나로크의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윤 팀장은 "별다를 것 없이 비슷비슷한 MMORPG라면 처음부터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고 인간의 삶과 문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작은 목표"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