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법원장 인선을 놓고 보수와 혁신세력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5명의 후보를 추천,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대한변협은 1일 산하 사법평가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오는 9월23일 임기가 끝나는 최종영 대법원장 후임으로 후보 5명을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변협이 추천한 후보는 손지열 법원행정처장(58·대구) 유지담 대법관(64·경기 평택)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63·전남 보성) 조무제 동아대 법대 석좌교수(64·경남 진주) 조준희 언론중재위원장(67·경북 상주) 등이다. 이들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초대 간사와 사법개혁위원장 등을 역임한 조준희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법관 출신이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 '대법원장 후보자 범국민 추천위원회'를 구성,조만간 자체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사법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선 전·현직 대법관 출신이 대법원장에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현직 판사들은 "재야출신의 대법원장 임명은 곧 사법부를 불신하는 것이므로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정면충돌 양상을 보여왔다. 결국 대한변협은 후보 5명 중 대법관 출신 4명과 민변 출신 1명을 각각 추천,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 됐다. 대법원장 후임 인선에 이처럼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대법원장 교체는 단순히 사법부 수장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우선 대법원장은 전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제청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부패방지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위원(각 3명씩) 지명권을 갖는다. 특히 내년 9월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 최고위 인사의 절반 이상(대법관 14명 중 10명,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의 교체가 예고돼 있다. 후임 대법원장 인선은 향후 있을 사법부 인사태풍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로스쿨 도입 등 사법제도개혁 등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세오닷컴의 최용석 변호사는 "판사들이 '제3의 사법파동'까지 거론하는 것은 대통령의 코드인사가 자칫 사법부까지 미쳐 3권분립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보·혁간 갈등 수위로 볼 때 후임 대법원장 인선 이후에도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