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파드 국왕의 사망으로 왕위를 계승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82)는 지난 1995년 파드 국왕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부터 이미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권자가 됐다. 그는 왕세제로 책봉된 82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방위군 총사령관직을 맡아 왔다. BBC방송은 1일 사우디 왕실 핵심부에 있는 왕자들 가운데 최고령자인 압둘라 계승자는 현재 사우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며 정직성과 반부패 의지로 두루 존경받고 있다고 전했다. 압둘라는 23년 수도 리야드에서 압둘 아지즈 이븐 초대 국왕과 라시드 가문의 파하다 빈트 아시 알 슈라임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통 이슬람식 교육을 받았으며 왕실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양육됐다. 그는 서방 국가들과 정치적·경제적 유대를 맺어야 할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서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아랍 국가들과 연대함으로써 양측 모두와 균형을 이루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내에선 파드 국왕과 함께 대표적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는 아랍권 내부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84년 시리아의 레바논 주둔을 지지하고 미 해병대의 이 지역 철수를 요구했었다. 또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2002년 3월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철군한다면 아랍권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국제적인 주목을 끌었다. 압둘라는 국제 무대에서 화려한 언사를 구사하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통한다. 평소에는 조용히 말하는 성격이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이 섰을 때는 강한 톤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스타일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 정상회의 때 그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무례한 언사를 질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