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안기부 특수도청조직인 `미림' 팀장 공운영(58)씨 집에서 발견한 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내용은 언제쯤 그 윤곽을 드러낼까. 핵폭탄급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료들이 검찰의 분석과 여러 검증을 거쳐 개략적인 방식으로 알려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단순 산술계산을 해보면 120분 분량의 테이프 274개를 한번씩 듣는 데 걸리는 시간은 548시간, 날(日)수로 환산하면 22일 남짓하다. 검찰이 공씨 집에서 압수한 자료들이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사실을 입증하는 물증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데 1명의 인력을 투입할 경우 22일, 2명이면 11일, 4명이면 5일 가량 걸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사건처럼 폭발력 있는 자료들을 다수 인원을 동원해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보이고 검찰 내부의 소수 정예 인원이 테이프 내용 확인 작업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판도라 상자의 내용물을 파악하는 데는 최소 2주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테이프가 불법 도청물인지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내용 분석에 들어간다면 소요시간은 더 길어진다. 120분 분량의 테이프 1개를 기록하는 데 10시간 정도 걸린다는 녹취전문가들의 설명을 감안하면 공씨 집에서 발견된 테이프를 문서화는 데 1명을 투입하면 2천740시간, 즉 110일 정도가 걸리고 2명으로는 55일 가량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이프를 문서화하는 데 4명을 투입한다 해도 한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번에 도청테이프와 함께 발견된 녹취보고서 13권이 테이프 내용을 요약ㆍ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녹취보고서 내용의 충실도에 따라 테이프 분석작업 소요시간이 단축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테이프의 음질 및 녹음 상태와 녹취요원의 숙련도가 변수가 될 수 있고 검찰이 테이프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접근을 시도한다면 테이프 내용 파악노력은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검찰로서는 `안기부 X파일' 수사 초기에 불법 도청과 도청 테이프 유출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시차를 두고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