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제후경제'과 전쟁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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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경제(諸侯經濟)를 제압하라'
중국에서는 요즘 제후경제로 대변되는 지방 보호주의 척결 노력이 한창이다."제후경제의 무공을 폐지한다"(경제참고보)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지난 7월 25∼28일 청두에서 열렸던 범 주장(珠江)삼각주 지역협력발전 포럼이 대표적이다.
광둥 광시 후난 하이난 푸젠 장시 윈난 귀저우 쓰촨등 중국 남부의 9개성과 홍콩 및 마카오의 정부 대표들이 참가한 이 포럼에서는 지역간 상품 유통을 가로 막는 지방보호 제도와 규정을 폐지하자는 제안이 제시됐다.
지난해 결성된 범 주장삼각주 포럼은 남부지역 경제권을 통합함으로써 개별 지방 단위의 이기주의를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지난 1년간 세수 물가 인재 노동 세관 등 10여개 영역에서 지방간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20여건의 협약이 체결됐다.
이를 통해 남(南)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창설하자는 게 포럼의 취지다.
사실 '중국은 한 개의 시장이 아니다'는 게 불문율일 만큼 시장이 쪼개져 있다.
지방의 특성이 다양한 이유도 있지만 지방끼리 담을 쌓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주장삼각주 경제권에 속한 A성이 수년 전 C성에 전기를 팔려다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송전을 하려면 B성을 거쳐야 하는데 소형 발전소만 운영하는 B성이 A성의 값싼 전기가 들어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기 지역 발전소를 도산시킬 것을 우려해 통과를 거부한 것.당시 B성의 지도자는 A성에 "비행기로 전기를 싣고 가라"고 해 화제가 됐다.
전력뿐이 아니다.
담배 통신 제약 운수 농업 등도 중국에서 지방 보호주의가 강한 업종으로 꼽힌다.
지방정부가 정부 조달에서 자기 지역 공산품과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지방은 화물 운송권을 자기 지역 회사에만 부여,외지에서 화물을 싣고 온 트럭을 빈 차로 돌려보낸다.
물류 흐름이 끊기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 상무부가 올해 초 22개 성을 대상으로 벌인 '지방 보호주의 실태조사'에서도 안후이 윈난 등 20개 성이 '아주 심각한 지방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방 보호주의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세계 기업들과 어깨를 겨룰 덩치 큰 토종 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로서는 제후경제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가짜 상품 근절이 어려운 것도 제후경제의 부작용이다.
칭다오에서 섬유용품을 생산하는 Y사의 A사장은 "일부 지방정부에 가짜 상품 생산 공장을 적발해 신고하더라도 해당 공장 처벌에 늑장을 부리고 강도 높은 처벌도 하지 않는 게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지방정부가 가짜 상품 생산 공장도 고용 창출과 세수 확대에 기여하는 경제주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후경제는 중국이 개혁 개방에 나선 이래 지방간 실적 올리기 경쟁에 불이 붙고 지방 분권주의가 확대되면서 힘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맹목적인 성장에서 질과 효율을 따지는 쪽으로 궤도를 선회하면서 그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범 주장삼각주 경제권 구축은 '제후경제 다스리기'의 한 사례일 뿐이다.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을 아우르는 창장삼각주 역시 물류를 통합키로 하는 등 지방간 장벽을 허무는 경제권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2001년 '지방봉쇄 금지 규정'을 발표한 후 제후경제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연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반독점법이 제후경제에 '칼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독점법 초안은 지방정부가 상품과 노동의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지역간 장벽을 쌓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방 보호주의가 척결되면 지방 군소 업체들의 도산 도미노가 일 것으로 보인다.
제후경제의 쇠퇴는 중국 전체 시장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전국구(?)' 기업이나 외국 기업들의 사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