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40
수정2006.04.09 17:16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도청 자료(X파일)가 실제 부정한 사업청탁의 도구로 활용된 사례가 적발돼 그 가공할 위력을 가늠케 하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안기부 X파일을 MBC측에 전달한 박인회씨(구속)는 "99년 9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삼성 관련 안기부 도청녹취록을 건네면서 관광관련 사업의 이권을 잘봐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장관은 테이프를 받고서 "고맙다"고 말한 뒤 이득렬 당시 관광공사 사장에게 박씨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 청탁을 넣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박씨 주장은 "박씨가 테이프를 건네려고 해 호통을 쳐서 돌려 보냈다"는 박 전 장관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X파일은 이에 앞서 삼성 협박용으로도 악용됐다. 박씨에게 테이프를 전해준 안기부 도청조직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박씨와 공모,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김모 당시 법무팀 이사를 만나 테이프 대가로 5억원을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이날 박씨로부터 미국에 보관 중이던 도청테이프 복사CD 2장과 녹취보고서 3건을 추가로 압수했다고 밝혔다.
공안2부 관계자는 "박씨가 공씨로부터 넘겨받은 문제의 녹음테이프 등을 여기저기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이 소각했다는 공씨의 원본테이프 261개가 검찰이 공씨 집에서 압수한 복사본 274개 보다 13개나 적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2,제3의 X파일이라는 '핵폭탄'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공운영씨의 변호인 서성건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반납 테이프와 복사 테이프 개수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복사 과정에서 개수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나"라며 추가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 변호사는 또 "집이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믿고 집에 보관했으며 삼성 로비,박인회씨와의 공모 등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는 공씨의 말도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