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작성한 '2004년 세입.세출 결산보고서'를 보면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당초 예산(8조2567억원)보다 18.9%나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진으로 지난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2.3%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봉급생활자들이 왜 '과세당국의 봉'이란 소릴 듣는지 잘 보여준다. 봉급생활자들의 세금증가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지만 더 큰 문제는 전문직 종사자 등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이다. 실제 정부가 봉급생활자들에겐 예산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거뒀지만,자영업자들에 대해선 당초 세웠던 세금 징수(徵收)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종합소득세 수입이 지난해 예산(5조656억원)보다도 12.1%나 부족했을 정도다. 물론 이 같은 조세체계의 난맥상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런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조세 형평 시비가 끊이지 않을 뿐더러 중장기적으로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세수 계획에서부터 징세까지 세제(稅制)와 세정(稅政)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시급한 이유이다. 불평등하게 왜곡된 근로자의 세부담을 정상화하자면 먼저 자영업자들의 성실한 소득신고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내야 할 세금이 봉급생활자들에게 전가되는 일이 없어진다. 때문에 자영업자의 과세 현실화와 세금 탈루(脫漏)를 막기 위한 세무당국의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소득신고는 세금뿐아니라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등을 결정하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실제 엊그제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15대 전문직종에 속한 개인사업자들의 11%가 월평균 소득이 170만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신고했는데 그러한 신고금액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바로 그런 점을 개선하는 것이 조세형평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소득이 유리알같이 노출되어 있는 근로자들의 소득세율을 낮추는데도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소득세율을 8~35%로 1%포인트 내렸지만 정부가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원(稅源)관리만 잘한다면 총세수의 감소없이도 더 많은 폭의 세율인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빈부격차가 해소되고 중산층도 두터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