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 쇼크'로 국제 석유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이 1일 서거하고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82)가 왕위를 승계했지만 석유시장은 '사우디 정세'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정부가 파드 국왕 사망 직후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음에도 시장은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사우디의 국왕 교체는 그렇지 않아도 수급 상황이 빠듯한 석유시장을 더욱 출렁거리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실 노령화로 불확실성 증폭 대다수 전문가들은 왕위를 계승한 압둘라 왕세제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사실상 통치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사우디의 석유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셔널 퓨처스 투자자문의 존 퍼슨 회장은 "압둘라 국왕은 이제 최고 통치권자로서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으며 술탄 빈 압둘 아지즈(77) 국방장관을 신속히 왕세제로 임명함으로써 권력투쟁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임 압둘라 국왕이나 술탄 장관이 모두 80세 전후의 고령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 왕정에서 정권 교체가 반복될 경우 정치적 불안정은 심해질 수밖에 없고,이는 석유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퓨처스 온라인 닷컴의 마이클 커배노프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국왕 교체로 인한 정치·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유가 밴드(적정 가격대)를 폐기하고 고유가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알리 나이미 석유장관은 1일 "사우디 정부는 유가 밴드가 종전보다 20달러 상향 조정된 배럴당 50달러선으로 책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권력투쟁 땐 유가 급등 가능성 국왕 교체를 둘러싸고 권력투쟁이 빚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경우엔 사우디의 권력자들이 민중들의 반미정서를 이용,기존의 석유정책을 급선회할 수도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중동 민주화'를 핵심 외교정책으로 내세우며 사우디 정부에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이 사우디에 민주화를 강요하고,압둘라 신임 국왕이 이에 대한 반발로 '고유가 카드'를 쓴다면 유가가 장기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신임 압둘라 국왕은 부패한 왕실에서 유일하게 개혁을 추진해 온 인물"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성의 정치참여 등 개혁과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경우 사우디는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혼란은 바로 유가 급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세추이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