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소득도 쥐꼬리만큼 증가해 지난 2·4분기 중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상소득과 근로소득 증가율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내수 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격차는 5년 만에 최대로 벌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10만96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7%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5.2% 증가)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됐다. 이 중 경상소득과 근로소득 증가율은 각각 4.5%와 3.5%로 2분기만 비교할 때 지난 99년(2.6%와 1.6%)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 증가율이 게걸음을 하면서 가능한 한 지출을 줄이려는 가구도 늘어났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소폭(1.6%)이나마 늘었지만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아예 0.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을 뺀 '처분가능 소득'에서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 소비성향'은 74.0%로 전분기(78.0%)에 비해 4.0%포인트 낮아졌고 1년 전(74.8%)보다도 0.8%포인트 떨어졌다. 2분기만 놓고 볼 때 2002년(73.9%) 이후 최저치다. 벌어들인 돈을 물건 등을 사는 데 쓰기보다 저축하는 데 치중했다는 얘기다. 가계 소득의 양극화 현상도 여전했다. 전국 가구를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의 소득증가율은 6.3%에 달한 반면 하위 20%의 소득증가율은 0.3%에 그쳤다. 이에 따라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7.24배로 전년 동기(6.83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밖에 세금과 국민연금 등 비소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가구의 2분기 중 비소비지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7.0%로 같은 기간 가계지출 증가율(3.5%)을 두 배 웃돌았고 도시근로자 가구도 비소비지출 증가율(9.6%)이 가계 지출(3.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