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신사 채권운용팀의 L팀장은 요즘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은 급락)하자 채권형펀드에서 돈을 빼가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하루에 빠져나가는 자금은 개인고객이 100억원,법인고객은 50억~100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 달 새 이렇게 빠져나간 돈이 5000억원이 넘는다. L팀장은 "고객의 환매 요구로 보유 채권을 매도하면 이는 다시 채권금리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금리 급등 여파로 매수세가 실종되는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채권딜러들 사이에선 "올 채권 장사는 완전히 망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로 인해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급락,금년 들어 벌써 14조원이 이탈했고 이중 3분의 1이 넘는 5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됐다. 이는 최근 증시에서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일 채권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한 연 4.36%(국고채 3년물 기준)에 마감됐다. 전날 0.18%포인트 급등한 데 대한 반발 매수 성격이 강했다. 금리는 지난 6월2일(연 3.61%) 이후 2개월 만에 0.75%포인트 올랐다. 경기 회복 가능성과 국내외 금리 역전 우려,콜금리 인상 가능성,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공급 물량 증가 등 으로 금리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윤항진 한국운용 채권전략팀장)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 매수 주체도 사라진 상태다. S투신사 채권펀드매니저는 "은행들은 요즘 금리 급등으로 손실이 커졌고 투신사의 경우도 채권형펀드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있어 매수 여력이 없다"며 "자금에 여유가 있는 연기금과 보험 등은 금리가 더 올라가길(채권값은 더 떨어지길) 기다리며 매수를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형펀드 수익률 악화는 채권형펀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대비 채권형펀드 평균수익률은 지난 1일 현재 1.07%(연환산 시 1.85%)로 정기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률 악화로 채권형펀드 수탁액도 작년 말 75조8859억원에서 지난 1일 현재 61조8220억원으로 14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반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같은 기간 5조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정원석 한일투신 채권운용본부장은 "기관투자가는 은행예금 등 안전 금융상품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개인자금의 대부분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채권시장 패닉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어렵게 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만들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