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을 끌어온 베이징의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끝내기 수순에 돌입했다. 마침표는 3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수석대표회의에서 찍게 된다. 이날 최종 합의문 채택에 합의하면 4일 폐막식을 갖고 북핵 폐기는 실천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최종 목표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건널목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며 "그러나 마지막 건널목을 건널 수 있을지 지금 이 시점에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해 회담이 마지막 고비에 도달해 있음을 시사했다. ◆최종 문안은 중국 작품(?) 이날 수석대표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강행됐다. 중간에 세 차례나 정회를 반복할 정도로 치열한 논의와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전에는 중국이 제시한 3차안을,오후에는 오전회의 결과를 토대로 중국이 수정 제시한 4차안을 놓고 항목별로 순차적으로 각국 대표단의 의견을 묻고 반대의견이 제시되면 논의하는 형식으로 꼼꼼하게 진행됐다. 회담 관계자는 "초안을 일독(一讀)하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북·미 양국은 오전에도 북핵 폐기의 범위와 대상에 대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으며 의장이자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오후 최종 문안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누구도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결론을) 내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4차 문안에 대한 한국측 평가는 긍정적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각국이 필요로 하는 사항,관심사항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서 각국이 해야 할 일들을 적시해 놓은 안"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우리측에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과 미국이 받아들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핵무기 프로그램 혹은 핵 프로그램 3일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종 문안이 북한 핵폐기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했는지에 달려있다. 구체적으로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으로 할지,'핵무기와 핵 관련 프로그램'으로 할지 여부다. 물론 북한은 전자를,미국은 후자를 희망한다. 전자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살려놓았고',후자는 가능성을 배제시켰다. 물론 최종 4차 문안에서는 이를 애매하게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미국은 본부 훈령을 통해 이 문안을 수용할지 여부와 수정을 가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지침을 받고 내일 수석대표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만약 수정을 가하려 한다면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 등 핵폐기의 상응 조치에 대한 내용도 수정해야 한다. 합의문 자체가 핵폐기의 대상 및 범위와 상응 조치라는 두 개 기둥으로 떠받쳐져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3일 수석대표회의가 이 상황으로 갈 경우 회담은 다시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