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시중 금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채권 수익률이 출렁이면서 자금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단기성 자금의 규모가 크게 늘고 있는데요. 이들 자금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봅니다. 박 재성 기자가… (앵커) 최근 금리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는데요. 어제는 다시 하락하긴 했습니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하게 보는 눈치인 것 같군요. (기자) 이틀 전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하루새 18bp, 약 2%P 가까이 오르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 정책금리인 콜금리가 3.25%인데요. 시장에서는 대체로 국고채 수익률은 이보다 1%P 정도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다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국고채 수익률이 이날 4.41%까지 치솟았다가 어제는 조금 뒤로 밀리면서 4.36%로 내려왔는데요. 그래도 이틀전에 비해서는 0.13%P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변동폭이 작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채권 쪽에서 돈이 빠진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기자) 아시다시피 채권은 확정 금리 상품입니다. 즉, 만기까지 채권 보유자가 받을 금액이 확정돼 있다는 뜻인데요. 만일 금리가 오르면 만기까지 받을 수 있는 금액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하게 됩니다. 가령 1년 후에 받을 수 있는 돈이 같은 천만원이라도 지금 이자율이 10%이면 이 채권의 가치는 대략 910원 정도 됩니다. 천만원을 1.1로 나눠주면 되지요. 하지만 지금 이자율이 20%라면 830원 정도로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1.2로 나눠주는 것이죠. 따라서,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 투자의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인데… 이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채권형 펀드의 시세입니다. 채권형 펀드는 이 금리 변동을 반영해서 매일매일 펀드의 가치를 매기고 있는데요.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펀드의 기준가격이 떨어지게 됩니다. (앵커) 결국 채권투자와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런 말씀이로군요. 그렇다면 최근 금리 상승으로 채권형 펀드도 들썩거리고 있다고 봐야 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채권형 펀드가 술렁이고 있는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고요. 올 초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7월말까지 채권형 펀드에서는 약 14조원의 자금이 빠져 나왔습니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약 5조원의 자금이 들어왔고요. 수시입출금식 단기펀드인 MMF로는 12조원이 유입됐습니다. 물론, 이들 자금을 더하고 뺀 것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같은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대강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채권형 펀드에서는 돈을 빼고 일부는 주식형으로도 들어오고, 또 일부는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MMF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MMF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는 것도 같은 흐름이겠군요. (기자) 7월말 이후 80조원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기업의 자금운용 담당자라든가 기관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향후 금리의 흐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일단 돈을 빼 놓고, 차츰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해 보자는 것이 최근의 풍경이라고 하겠습니다. 금리 급등 소식에도 주식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결국 채권 쪽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습니다. 주식시장이 단기 고점에 들어섰다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면 일부는 주식시장으로도 흘러 들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앵커) 결국 문제는 금리인 것 같은데요… 금리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오른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나요? (기자) 이틀 전에 금리가 급등한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새로 발행하는 채권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까지 여러 이유가 나왔고요.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것 그리고 국채 선물시장의 불안 등도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해외 쪽 요인보다는 국내 경기가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가인데요. 국내 경기 흐름 여하에 따라 정책 금리인 콜 금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주식시장 활황에 더해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소비나 투자가 늘면 결국 금리도 오르는 것이죠. 실제로 9월 들어서는 상당히 경기 지표들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시장이 이를 앞서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더라도 이 같은 경기 회복이 진짜 믿을 만한 것이냐인데요. 아시다시피 지난해에는 탄핵이라든가 성매매 특별법 시행 등으로 하반기 경기가 무척 나빴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이에 따른 기저 효과, 이른바 베이스 이펙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표가 좋게 나온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 들일 수 있는지… 이런 문제가 있고요. 이런 것들이 금리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하지만 한미 두 나라 사이에 금리 역전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이런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금리 상승을 더욱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요? (기자) 단기 금리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10년 금리 기준으로는 우리가 미국보다도 1%P 이상 높고요. 연초 대비 상승률도 매우 큽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독일 영국 등은 오히려 금리가 내렸습니다. 결국 단기 금리를 우려하는 것은 과잉 유동성을 조정하기 위해서인데요. 과잉 유동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지금 시점이 유동성 조절이 필요한 시점인지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고요. 이것은 또 경기를 보는 문제 등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리가 불안해 보인다는 인식이 크긴 하지만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시장의 형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시중 자금의 부동화도 더욱 심화될 것 같은데요. 8월에는 부동산 대책도 예고돼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까? (기자) 현재 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금리가 불안해지면서 부동 자금이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얼마나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오느냐가 하나의 변수가 될 듯합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부동산 바람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요. 다른 하나가 주식시장 쪽인데 주식시장은 단기 고점 논란과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일시적인 조정이 있더라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서는 적립식 펀드의 활성화를 자극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 방안, 즉 일부에서 주장하는 세제 혜택 등이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른 하나가 사모펀드 같은 새로운 고수익 고위험 분야인데요. 이들 분야가 활성화된다면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 투자 수단이 마련된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하느냐와 경기 흐름에 따라 시중 자금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물꼬가 트이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