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서울대학교 교내 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즈' 드러머 모집 공고를 보고 있었다.


우연히 그 옆을 지나가던 샌드페블즈 리더 김창완씨(현 가수)가 용산고 후배인 그를 발견하고 "야, 너 음악 좋아하니?"하고 물었다.


"그럼요."


"그래,이리와서 연주 한번 해봐."


그는 통기타로 닐 다이아몬드의 '스위트 캐럴라인'을 멋드러지게 연주했다.


바로 드러머가 됐고 샌드페블즈는 1년 뒤 MBC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는다.


그는 이후 '저 새'라는 자작곡도 발표해 몇 주간 방송사 가요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드러머가 바로 '타이틀리스트''훗조이''코브라' 등 유명 골프용품을 취급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의 김영국 사장(48)이다.


김 사장은 2000년부터 테일러메이드에서 15개월간 지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히트작이었던 '300시리즈 드라이버'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는 1년여 동안 회사 볼륨을 3배로 키웠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던 일본본부는 한국시장에서 일본에서 팔다 남은 재고품을 처리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김 지사장에게 재고로 남은 제품을 팔도록 은근히 요구했다.


김 지사장은 "대리점들이 원하지 않는 스펙을 공급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결국 테일러메이드를 떠나게 됐다.


이후 2년간 복사용지 및 문구류업체인 '더블A' 한국지사 사장을 지내다 골프용품업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해 9월 컴백했다.


"일부 골프용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이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억지로 팔려고 해요.


그 사람의 체형과 스윙 스타일에 맞는 클럽을 권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박세리가 쓰던 채,최경주가 쓰는 샤프트'식으로 물건을 팔거나 사서는 안됩니다."


그는 특히 제조업체들의 과다한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인해 골프용품 시장이 혼탁해졌다고 털어놨다.


"1000만원을 수금하면 인센티브를 5%주고, 2000만원 수금하면 10% 주는 식으로 하다보니 대리점들이 물건을 원가에 팔고 인센티브를 받으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값싸게 샀다고 좋아할 수 있지만 조만간 더 싼 가격에 물건이 나오면서 우롱당한 기분을 갖게 됩니다."


'타이틀리스트 pro v1'은 국내 골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골프볼이다.


비싼 값에 팔리면서도 공급이 달릴 정도다.


김 사장은 "이 볼처럼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 이를 공급해주는 '필요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골프장에 바라고 싶은 점으로 "티오프 하기 전 샷 연습을 할 수 있는 드라이빙레인지가 코스 바로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프로숍에 프로골퍼가 상주하며 골퍼들에게 필요한 클럽을 공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그런 골프장이 있다면 골프장 CEO를 해보고 싶은 게 꿈이라고 밝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