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공동 문건 조율에 바빴던 지난 2일 댜오위타이의 또 다른 회의실에선 미국과 중국 간 첫 정례 고위급(외교부 차관급) 회담이 열렸다. 미·중 수교 26년 만이다. 6자회담과 미·중 간 정례 고위급 회담은 양국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을 필요로 하는 관계임을 실감케 한다. 미국이 대만사태에 개입하면 중국은 핵무기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청후(朱成虎) 중국 국방대학 방무학원 원장의 발언과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 발표,중국 기업의 미 정유업체 인수 저지 등 미국에서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중 간 정례 고위급 회담은 군사 에너지 반테러 대만 등에 대해 상호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외교채널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1월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제의했고,부시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성사됐다고 한다. 때로는 견제하면서 때로는 손을 잡는 실리추구형 줄타기 외교를 보게 된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거는 중국,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껴 견제하는 미국의 모습은 한 측면일 뿐이다. '적 대 적'이라는 냉전식 사고로는 미·중을 둘러싼 외교 관계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견제 목적으로 우호 세력 확대를 위해 구애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의 행보가 그렇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가 지난달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는 줄에만 서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지난 6월 베트남전 종전 후 30년 만에 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가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지만 쩐득르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한 달 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하겠다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편에 서는 우를 범할 리 없다. 줄타기 외교는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외교 행보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