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족기업들에 '재혼 경계령'이 울리고 있다. 거대 미디어 그룹인 뉴스코프의 창업자 루퍼트 머독(74) 회장의 전처와 후처가 60억달러 상당의 가족 지분을 자기 자식들에게 더 많이 남겨주기 위해 충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2일 미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 노후에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은 여성과 재혼하는 사례가 많아 전처와 후처,성인 자녀들과 어린 자식들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가족기업은 재혼으로 인해 경영권까지 흔들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스코프 루퍼트 머독 회장은 6년 전 37년간 살아온 부인과 헤어지고 당시 29세였던 부하 직원 웬디 덩과 재혼했다. 머독은 이혼하면서 29.5%의 가족 지분을 분산시키지 않기로 전처와 합의했으나 후처는 현재 자기가 낳은 두 딸에게도 의결권을 줄 것을 요구하면서 지분 투쟁에 나설 태세다. 하얏트 호텔 가문의 로버트 프리츠커(78)는 재혼 후 딸에게 소송까지 당했다. 딸이 자기와 남동생 몫의 재산을 부친이 빼돌리려한다며 친아버지를 고소한 것이다. 올해 초 남매는 합의금으로 각각 4억5000만달러를 받았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78)는 1988년 당시 24세였던 모델 킴벌리 콘라드와 재혼한 후 자신의 지분 71%를 몽땅 콘라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 두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했으나 이 과정에서 전처 및 성인 자녀 두 명과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의 가족 구성원 간 불화는 경영권의 안정적인 승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가족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미국의 가족경영 전문 컨설턴트인 대너 텔포드는 "창업 2세가 경영권을 승계할 확률은 30%,3세가 물려받는 확률은 10%에 불과하다"며 "2~3세가 가족기업을 계속 이어가려면 지분 다툼이 있더라도 경영진에 남아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