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등 정부 산하기관장 선임을 둘러싼 재공모가 끊이지 않고 있는가 하면 일부 국책연구기관들은 아예 원장 선출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부문에서 이렇게 업무공백이 이어져도 되는 것인지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얼마전 청와대는 정부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연이은 재공모 사태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재공모를 해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임명하는 등의 절차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싶다. 솔직히 말해 지금 같은 재공모 사태는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빚어졌다기보다는 정부 자신에 의해 야기(惹起)된 측면이 더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까지 일어난 재공모 사태를 일일이 거론할 필요 없이 최근 대덕 R&D특구 지원본부의 이사장 선임만 해도 그렇다. 대덕 R&D특구법이 발효됐는데도 이사장 인선은 재공모로 결론나고 말았다. 이사장 최종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법 시행 직전에야 재공모를 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행정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선 문제로 인한 공공기관 파행(跛行) 운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교육개발연구원 등 일부 국책연구기관들은 아예 원장 인선 절차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연합이사회 구성을 정부가 마무리짓지 못하는 바람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곧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개발연구원 등도 원장 인선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로 치면 하나같이 중요한 기관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선 국책연구기관들의 활발한 정책대안 제시가 아쉬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기관들이 정부의 졸속 행정으로 원장 인선을 시작도 못하고 있고,일부 기관의 경우 올해의 절반가량을 원장도 없이 운영하게 생겼다고 하니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이니 효율성이니 하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이런 식의 파행 운영이 계속된다면 정부 인사정책은 물론이고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