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유통그룹인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명동 남대문 상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판 경쟁을 벌인다.신세계는 서울 충무로 1가 본점 옆에 매장면적 1만4000평 규모의 신관을 오는 10일 오픈키로 하고 본점장에 조석찬 부사장을 임명했다고 3일 밝혔다.부사장급 점장이 탄생하기는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세계 신관 개점에 대해 롯데와 신세계가 1970~1980년대 백화점,2000년 이후 할인점 주도권 경쟁에 이은 세 번째 접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신세계에 맞서 롯데는 오는 8일 명품관 에비뉴엘,영플라자,백화점 본관,롯데호텔을 잇는 '롯데타운'을 선보이는 등 양사의 본점 확장 대결이 10월 청계천 복원과 맞물려 서울 남대문 명동 상권을 재도약시키는 데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가 이번에 문을 여는 신관은 지상 19층 규모로 이 중 지하 1층~지상 14층 1만4000평을 영업매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현재 본관(3000평)보다 5배 가까이 확장되는 셈. 신관이 오픈되면 본관도 내년 가을까지 명품관으로 재단장,롯데의 에비뉴엘과 대결한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 본점 매장은 총 1만7000평으로 영플라자(구 메트로미도파)와 에비뉴엘을 제외한 롯데 본관과 비슷해진다. 신세계는 신관을 입점업체에 매장운영 일체를 맡기는 '임대방식'에서 벗어나 매장을 직접 구성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브랜드별로 매장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와인 영캐주얼 액세서리 등 특정한 주제 아래 여러 아이템을 모아 고객들이 제품을 비교해 가며 쇼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점장인 조 부사장은 "8월 중 사은·세일 행사를 벌이는 한편 예술공연과 같은 문화 이벤트를 잇따라 마련해 본점 붐 조성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6일 오후 본점 주변을 임직원 500여명이 인간띠로 둘러싸는 이벤트를 벌이고 고객 등을 초청해 케이터링 서비스와 브라스 4중주 밴드특별 공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측의 '준비된' 반격도 만만찮다. 최근 2년 동안 백화점 본관 리뉴얼,명품관 '에비뉴엘'과 영패션관 '영플라자'의 개설 등에 총 2800억원을 투자한 롯데는 이를 '롯데타운'으로 명명하고 오는 8일 공식 오픈행사를 갖는다.


이들 건물의 L자형 배치는 롯데 정신인 Love(서로 사랑하며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회),Liberty(모두가 자유롭게 할 일을 하는 사회),Life(다같이 풍요를 누리며 즐겁게 사는 사회)를 상징한다고 롯데는 설명했다.


롯데타운은 하루평균 방문고객 12만명,연 예상매출 1조4000억원으로 세계 유수 백화점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게 롯데측 설명이다.


롯데는 또 고속철 개통 등으로 서울에서 1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대전 천안 청주 등 충청지역 및 신세계 본점과 연결되는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주변 아파트단지에 대한 판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롯데는 신세계 본점의 이미지가 40,50대 중심의 올드 고객으로 고정돼 있어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본점장인 이원준 이사는 "신세계 본점 오픈으로 롯데 본점 손님이 줄 것이란 주장은 단세포적인 생각"이라며 "영등포역 상권처럼 오히려 상권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매장구성이나 고객 로열티 등을 고려할 때 신세계 신관은 우리보다 오히려 신세계 강남점의 고객을 빼앗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신세계가 10,20대를 끌어들이기는 힘들 것이란 게 영캐주얼 의류업계의 얘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업계 1,2위 간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신관 개점과 롯데 오픈을 계기로 비싼 사은품과 경품 등의 과도한 기획 행사가 쏟아지면 당장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나 업계 모두 피해를 보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김동민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