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는 없고,주식은 있다." 선뜻 납득이 안가는 이 문구는 3일 국세청이 내놓은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투기가 사라졌다는 말인지,주식시장이 앞으로 더 호황을 누릴 것이란 얘긴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브리핑을 한 김은호 조사2과장은 "부동산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어지고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은 늘어나야 한다는 이주성 국세청장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주식투자까지 예를 들었다. 물론 이 말을 부동산투기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부동산투기보다는 주식시장에 돈이 흘러가는 게 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국세청이 공식 보도자료에까지 언급한 데 대해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국세청의 본업은 세금을 걷는 것일 뿐이다. 누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건 주식으로 돈을 벌건 국세청의 관심은 세금을 냈는지 안냈는지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 국세청이 나서서 '부동산투기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니 주식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자료를 내는 것은 왠지 어색해 보인다. 그동안 국세청 사람들 입에서 종종 "부동산투기를 잡는 것은 우리의 본업이 아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국세청이 나서야 투기가 진정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자료는 더욱 요령부득이다. 국세청이 부동자금의 흐름까지 방향을 잡아나가기에는 일이 벅차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주식시장이 갖고 있는 투기적 요소도 부동산에 비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계 펀드가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을 정도이고 한 달에 몇 건씩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는 게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이다. 부동산 거품문제에 대해 국세청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바람직하다. 하지만 부동자금의 물꼬를 트는 문제에 대해서까지 국세청이 답을 내려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 너무 많은 짐을 국세청이 지려 하는 것은 아닐까.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