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의 조종사노조 파업 사태가 도무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조종간을 놓은 조종사들은 3일로 파업 18일째를 맞았다.


이미 국내 항공 사상 최장 파업이란 불명예 기록을 세운 상태다.


국내 항공업계 파업은 1999년부터 총 8차례 발생했지만 2001년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3일과 6일간 파업한 것이 그 중 길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사 양측은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교섭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파업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직접 피해액은 1100억원에 이르며 파업이 일주일간 더 연장될 경우 그 피해액은 약 201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노조 내부의 다양한 요구도 장기화 요인=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신별,근무 패턴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이 파업이 장기화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지적한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종사는 모두 400여명.군 출신 조종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행시간이 적어 승진에 불리했던 민간 출신 조종사들은 기장 자격 승진심사과정에서의 노조 참여를 고수하고 있다.


여성 조종사들은 노조원 가운데 5명에 불과하지만 임신 기간 중 임금 100% 보장 요구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


정년 퇴직을 1~2년 앞둔 조종사들은 정년 연장 문제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협상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조측은 사측에 수용 불가 의사만 표시하고 협상용 수정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분열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각 집단의 이해가 걸린 것도 있지만 정년,승격,비행시간 등 13개 안은 공통적으로 반드시 얻어내야 할 최저 요구 수준"이라며 "회사측이 노동운동에 쐐기를 박기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다 노사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상대 굴복시키기 '식의 버티기 전략과 상호 비방에 나선 것이 불신을 키워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유탄 맞은 직원들=아시아나 인턴직 승무원 40여명은 3일 오후 조종사들의 농성 장소인 속리산 신정유스타운을 방문,노조에 업무 복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측의 한 관계자는 "국내선 인턴 승무원들의 경우 2주간 비행을 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지난 주말에는 비행 편수 축소 계획이 발표되면서 구조조정 소문이 돌아 굉장히 불안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입사해 인턴 기간 2년을 미처 마치지 못한 국내선 인턴 승무원은 총 56명.한 승무원은 "국제선 인턴 150여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조종사 파업으로 인해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정식 노조로 인정받은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이번이 사실상 첫 교섭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고 사측도 미숙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노사가 이번 경험에서 극한 대립은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잃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인완·김현예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