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피서지는 바다.


그러나 제주에는 바다보다도 더욱 시원하게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물맞이 폭포'가 있다.


제주의 물은 현무암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청정수가 한데 모여 떨어지는 폭포에 온몸을 맡기면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짜릿함에 더위는 오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제주 아낙들은 백중(음력 7월15일)이면 닭을 잡아 보신하고 폭포로 나가 물맞이를 즐기며 더위를 날려버렸다고 한다.


제주의 대표적 물맞이 장소로는 서귀포 돈내코계곡의 '원앙폭포'와 정방폭포 인근 '소(小)정방폭포'를 꼽을 수 있다.


서귀포 돈내코계곡은 제주도에서는 드물게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곳이다.


돈내코란 명칭은 3개의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다.


돈은 돼지, 내는 냇가, 코는 입구란 뜻이다.


옛날에는 이 일대에 돼지가 자주 출몰해 그렇게 불렸단다.


돈내코계곡 깊숙이 자리잡은 원앙폭포로 가는 길은 들머리에서부터 나무들이 빽빽하게 호위하고 있는 숲 터널이다.


잘 정비된 나무 계단과 난간을 따라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팻말을 따라 600m쯤 걸어 들어가면 왼쪽으로 갈래길이 나온다.


갈래 길을 따라 들어가자 소(沼)에서 풍겨오는 냉기가 확 다가선다.


소의 한쪽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양쪽에서 높이 5m가량의 두 줄기 폭포가 떨어진다.


사이 좋게 어울려 쏟아져 내리는 한쌍의 원앙폭포다.


소의 깊이는 어른 키 한길을 훨씬 넘는다.


시퍼런 물빛을 내뿜는다.


폭포 주위에 퍼져있는 상큼한 피톤치드향에 취해있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고 만다.


서귀포시 동흥동 바닷가에 자리한 소정방폭포 역시 제주의 대표적 물맞이 명소다.


정방폭포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폭포는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


시원하고 둔탁한 물마사지가 신경통에 잘 듣는다고 하여 여름철이면 '아줌마 부대'들이 대거 찾는다.


소정방폭포는 입구에서부터 남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사람 키의 2배가량 되는 야자수가 빼곡한 진입로를 지나면 빼어난 절경의 서귀포 칠십리해안이 보이고 세찬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도 들려온다.


폭포 높이는 5m에 불과하지만 10가닥의 물줄기가 한데 쏟아지기에 물의 양은 제법 많은 편이다.


폭포수 앞에는 흰색 면으로 만든 T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비료포대로 만든 모자를 쓴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여행수첩>


돈내코는 서귀포시 토평 4거리에서 제1횡단도로를 타고 제주시 쪽으로 약 3㎞간 뒤 법호촌 서귀포 산업과학고 앞에서 안내표지를 따라 한라산쪽으로 약 3km를 가면 도착한다.


소정방폭포는 정방폭포를 관람후 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 300m 가량 가면 제주파라다이스호텔 진입로가 나온다. 이 도로로 들어간 뒤 호텔을 왼쪽으로 끼고 나있는 소로를 따라 내려가면 소정방폭포 진입로와 만난다.


돈내코계곡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돈내코유원지 관리사무소 (064-733-1584), 소정방 폭포는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064-735-354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