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이번주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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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조정권 발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노사 양측은 자율교섭으로 사태를 매듭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업사태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 간 의견차가 워낙 큰 데다 이번 주말까지로 시한을 정함에 따라 노사 간 자율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정부 개입 의지로 새 전기가 마련되긴 했지만 아시아나조종사 노조 파업사태는 그동안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돼 왔다. 지난달 17일부터 조종간을 놓은 조종사들은 3일로 파업 18일째를 맞았다.
이미 국내 항공 사상 최장 파업이란 불명예 기록을 세운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사 양측은 현격한 입장 차이로 교섭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파업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직접 피해액은 11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아시아나 파업,해외에서도 시선 집중=이번 아시아나의 파업은 전 세계 항공업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2000년 이후 장기 파업을 강행한 항공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1984년 엘 알 이스라엘항공이 851일간 파업으로 세계 최장 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난 89년 이스턴항공이 684일간 파업으로 그 뒤를 이었다. 98년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이 15일간 파업을 벌였으며 같은해 에어프랑스가 월드컵을 앞두고 보름간 파업했다. 2000년 이후에는 2001년 콤에어항공이 81일 파업한 것이 유일하다. 팬암항공은 장기파업 여파로 도산했다. 한편 아메리칸항공 조종사노조가 97년 2월 파업 돌입 즉시 클린턴 대통령이 4분 만에 파업 중지 명령을 내려 업무에 복귀했다.
◆노조 내부의 다양한 요구도 장기화 요인=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신별,근무 패턴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이 파업이 장기화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현재 파업에 참여 중인 조종사는 모두 400여명. 군 출신 조종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행시간이 적어 승진에 있어 불리했던 민간 출신 조종사들은 기장 자격 승진심사과정에서 노조 참여를 고수하고 있다. 여성 조종사들은 노조원 중 5명에 불과하지만 임신 기간 임금 100% 보장 요구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 정년 퇴직을 1~2년 앞둔 조종사들은 정년 연장 문제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협상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조측은 사측에 수용 불가 의사만 표시하고 협상용 수정안조차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분열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각 집단의 이해가 걸린 것도 있지만 정년,승격,비행시간 등 13개 안은 공통적으로 반드시 얻어내야 할 최저 요구 수준"이라며 "회사측이 노동운동에 쐐기를 박기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다 노사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상대 굴복시키기'식의 버티기 전략과 상호 비방에 나선 것이 불신을 키워 협상을 더욱 어렵게 했다.
◆유탄 맞은 직원들=아시아나 인턴직 승무원 40여명은 이날 조종사들의 농성 장소인 속리산 신정유스타운을 방문,노조측에 업무 복귀를 호소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국내선 인턴 승무원들은 2주간 비행을 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지난 주말에는 비행 편수 축소 계획이 발표되면서 구조조정 소문이 돌아 굉장히 불안해했다"고 털어놨다.
김인완·김현예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