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김무일 부회장의 '스킨십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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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바로 한보철강입니다."
1998년말 기아자동차 경기도 화성공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인 '화성대'.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게 당시 김무일 화성공장장은 아산만 건너편을 가리켰다.
정 회장의 머릿속에는 경남 하동 일관제철소 추진작업이 스치는 듯했다.
정 회장은 한보철강의 규모 등 자세한 현황을 물었다.
몇차례나 한보철강을 다녀왔던 터라 김무일 공장장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김무일 현대INI스틸 부회장.1998년 기아차,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한데 이어 2006년 일관제철소까지 건설키로 한 현대·기아차그룹 성장의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기아차를 인수한 뒤 기아차의 대표공장인 화성공장 공장장직과 이후 한보철강 인수 및 정상화 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화성공장을 정상화시킨 김 부회장을 기아차 국내 영업본부장과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에서 현대INI스틸 부회장으로 두 단계나 승진시켰으며 숙원인 일관제철소 건설작업마저 맡길 만큼 신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자신감은 '현장주의'와 '스킨십 경영'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는 파월 해병 청룡부대 수색소대장 출신인 자신을 '야전형 CEO'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학(성균관대 법학과)시절부터 갈고 닦은 스키 조정 합기도 암벽등반 등 대부분의 스포츠에 능할 정도로 활동적이다.
2004년 4월 현대INI스틸에 부임하자마자 현장식당으로 직행했다.
어떤 메뉴가,어느 정도의 신선도로 제공되고 있는지 일일히 체크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지난 6월28일 이른 새벽에는 충남 당진공장(옛 한보철강)으로 인천공장,포항공장 임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포항공장 임직원들은 새벽 3시에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총1500명이 참가한 '한마음 단축 마라톤 대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한보철강 인수 후 흩어져 있는 3개 공장 임직원들의 결속을 다지자는 게 김 부회장의 숨은 의도였다.
'김무일 부회장식' 스킨십 경영은 그동안의 해병대 캠프 체험,설악산 대청봉 등반,스키캠프 체험 등 다양한 사내 이벤트로 대변된다.
김 부회장 자신도 모든 행사에 참가한다.
오는 10월께는 지리산 천왕봉 등반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의 현장주의와 스킨십 경영은 "종업원이 회사의 백년대계"라는,"근로자의 사기가 회사의 사기"라고 믿는 확고한 경영원칙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분명한 성과가 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종업원들의 저력을 모아 당진공장 A열연공장을 당초 목표보다 2개월 앞당겨 정상화해 철강업계를 놀라게 했다.
인천공장의 경우 부임 이후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One For All,All For One(일치단결)"이라면서 "당진공장 전부문을 완전 정상화시킨 다음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는데 임직원 모두가 하나가 돼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이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기아차와 한보철강을 인수,무난하게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