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외 기업과 금융기관들 사이에 자산운용업 진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운용사 설립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간접투자 시장 활성화로 운용업이 '돈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박광철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4일 "최근 부쩍 운용사 설립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까지 대략 10여군데서 운용사 설립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외국계 금융회사도 서너 곳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아직 금융사를 갖고 있지 않은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특히 운용사 설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의 경우 이미 2년 전부터 운용사 설립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로는 ABN암로가 국내 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존 중소형 운용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금융사들이 운용사 설립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간접투자 붐 확산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적립식펀드 등 간접투자 붐이 일면서 운용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운용사 설립 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에서 운용사 설립 자본금 기준을 현행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 자금 유치전도 운용사 설립 붐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금융사들의 경우 170억달러에 달하는 KIC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운용사 규모 확대나 신규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강원 KIC 사장은 "출범 초기에는 운용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외부 위탁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자산운용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험이 일천한 국내 자산운용사에도 일부 참여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