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지나친 저축으로 소비와 생산이 위축되는 이른바 '절약의 역설'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4일 발표한 '기업저축과 자금의 단기부동화'란 보고서에서 "지난 2000∼2004년 중 연평균 국내총투자율(국내총투자/국민총가처분소득)은 30.0%로 이 기간 중 총저축률(총저축/국민총가처분소득) 32.9%보다 낮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3년부터는 총저축률이 상승세로 돌아선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양자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저축률 상승은 개인부문보다 기업부문의 저축률 상승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총 저축에서 가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38.4%에서 2003년 18.9%로 급감한 반면 이 기간 동안 기업(27.4%→36.5%)부문 비중은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많은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보다는 부채상환이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한 결과"라며 "과잉 저축은 과잉 유동성의 원인이 돼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저축으로 인한 투자와 소비의 감소로 생산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는 '절약의 역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기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저축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자금의 단기부동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과잉저축은 금융시장에서 금리에 의한 자원배분 기능을 약화시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적인 예로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회사채3년물 금리-국고채3년물 금리)가 축소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용스프레드는 경기가 나쁠 때는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에는 연초 0.79%포인트에서 0.11%포인트(4일 현재)까지 축소되고 있다. 보고서는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은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금리조정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금융시장 고유의 기능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을 웃도는 과잉저축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의 과잉 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조세지원책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