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거액자산가인 김씨는 요즘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에 울상이다. 그는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환차익을 노리고 외화예금에 2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새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량 하락함에 따라 앉아서 400만원을 손해봤다. 반면 미국 대학 다니는 큰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를 딸려보낸 '기러기 아빠' 김 부장은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이 반갑기만 하다. 미국의 모녀에게 매달 3000달러를 송금할 경우 1주일 전 309만원(달러당 1030원)이 들었지만 환율이 1011원 선으로 떨어짐에 따라 303만원으로 부담이 다소나마 줄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는 웃고,달러 보유자는 울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테크 시장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기러기 아빠 등 실수요자는 희색인 반면 투기 목적으로 달러를 사놓았던 사람들은 울상이다. 미국에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 등 실수요자들은 환율 하락으로 송금 부담이 줄었다. 반면 환차익을 기대하고 거액을 외화예금이나 해외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낭패를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달 한때 환율이 치솟자 환차익을 노려 10만~20만달러를 외화예금에 투자한 고객들이 있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최근 환율이 곤두박질치자 눈물을 머금고 손절매를 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환율 하락기에는 '달러는 빨리 팔고,늦게 사라'는 환테크 수칙을 지키는 것이 손실을 막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외환은행 외화운영부의 고용식 차장은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달러가 필요할 경우 매입 시기를 늦추고 해외여행 중에는 달러화나 여행자수표보다는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송금이 많은 사람이라면 '분할매수·분할매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예컨대 2∼3개월 뒤 상당액의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30%가량씩 서너 번에 걸쳐 달러를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은행에서 선물환계약을 통해 미리 환율을 정해 계약해 놓는 방법도 있다. ◆은행들도 속앓이 은행들도 환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이 그동안 경쟁적으로 판매해온 외화예금과 해외펀드 가입 고객들의 환차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외화예금 가입자에게 최근 변동이 심한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위스 프랑 등에 '분산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해외펀드의 경우 환헤징(위험회피)이 안돼 가입자가 별도로 선물환 계약을 해야 하는 해외 뮤추얼펀드 대신 운용사가 자동으로 환헤지를 해주는 '펀드 오브 펀드'를 권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외펀드 투자자에게는 환리스크에 노출된 뮤추얼 펀드보다는 자동으로 환헤지가 들어가는 '펀드 오브 펀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