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은 칠레,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캐나다 등 비교적 수월한 상대국들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 오자 이해득실 계산 및 전략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프로포즈' 미국은 그동안 FTA 대상국에서 사실상 한국을 제외해 왔다. 농수산물 분야에서 도저히 개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 관료들은 "스크린쿼터나 쇠고기문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경우 한국과 FTA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적이던 중국도 최근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원자바오 총리가 이해찬 총리와 만났을 때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보자고 말한 것은 태도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최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태국 말레이시아 등 10개국 가입) 등과 협상을 타결한 이후 FTA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FTA가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미국에 우선순위 둘 듯 일본이 농수산물 분야에 발이 묶여 한국과의 FTA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정부는 전혀 손해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중국 미국과의 FTA는 그 파장이 엄청날 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미국과 먼저 하자니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스크린쿼터 문제 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게 걸림돌이고,그렇다고 미국을 제쳐놓고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기에는 정치·경제적으로 많은 리스크를 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