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 공모청약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자하고 남은 실권주의 청약에 수천억원대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증자자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정작 기존 주주들의 실권율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량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묻지마 청약 양상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기업들의 증자에 시중자금이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오성엘에스티의 지난달 말 증자에 5억원 규모의 실권이 발생했지만,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반공모에는 1483억원이 자금이 몰렸다. 3억원의 실권이 발생한 네스테크에는 청약자금이 3300억원에 달했다. 특히 IPO(기업공개) 시장이 최근 잠정 휴업에 들어가자 실권주에 대한 공모 열기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공모는 시세보다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증자자금이 사업강화나 실적호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수급부담으로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네스테크는 일반공모 후 물량부담 우려감으로 20.5% 떨어지기도 했다. 청약 후 실제 거래일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도 최근같은 조정장에서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기존 주주들의 실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주주들의 증자 참여가 부진하다는 것은 증자 참여에 따른 이익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KTT텔레콤은 지난 2일 최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증자에 나섰지만 전량 실권이 발생했다. 이날 11% 이상 올랐던 주가는 증자 실패로 다음 날부터 연속 하한가를 나타냈다. 뉴테크맨도 최근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30.4%의 실권이 발생했고 유니보스의 실권 물량은 43.3%였다. 이는 올해 초 실권율이 10% 안팎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실권주 공모 급증 기업들도 '주주우선' 증자보다는 일반인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증자'로 방향을 선회하며 시중자금 끌어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이 방식의 증자 건수는 5월까지 매월 1~2건에 불과했지만 6월과 7월에는 각각 6건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벌써 2건에 이른다. '주주우선'증자 방식의 경우 실권주가 미발행처리되지만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증자는 일반투자자들의 청약을 받아 메울 수 있다. 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을 갖는다는 점도 특징.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기 싫으면 일반 투자자에게 권리를 양도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에게 생색을 내는 동시에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갖는다. 증시전문가들은 "실권주 청약이 인기를 모으자 '눈먼돈'이라는 인식으로 특별한 사업계획 없이 자금확충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다"며 "무턱대고 공모에 뛰어들기보다는 주가 추이와 증자 목적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