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4일 대기업 계열의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5% 넘게 보유한 경우 초과 지분을 강제 매각시키는 등의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와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각각 발의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을 놓고 조율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 의원은 법 개정 이전에 감독당국의 승인 없이 취득한 5% 초과분에 대해서도 5년 내 강제 매각토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박 의원 개정안은 소급적용에 따른 위헌소지가 있다'며 초과지분의 강제매각 대신 의결권만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따로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박 의원 안대로 법안이 개정돼 5% 초과분에 대해 강제 매각처분 명령이 내려지면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25.64%,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7.2% 보유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어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다. 송 의원은 "핵심 쟁점에 대해 재경위 소속 의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려 있어 당정 간 합의는 물론 당론도 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재경위 차원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투명하게 입법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취득한도를 명시한 1997년 법 개정 당시 이미 계열사 지분을 5% 넘게 보유한 상태였던 회사는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따라서 당시 삼성전자 주식 8.2%를 갖고 있었고,지금은 7.2%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보유 지분에 대한 권리를 아무 문제 없이 행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1997년 법개정 이후 계열사 지분을 당국의 승인없이 5% 넘게 취득한 삼성카드의 경우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한 부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산법에 처분조항이 없을 때 발생한 문제를 놓고 법을 개정해 강제매각 등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초과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