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심리 개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내수 관련 지표들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호텔업 금융업 자동차 판매 등 고소득층의 씀씀이와 직결된 업종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난 2분기(4∼6월) 서비스업 생산은 10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과 제과점 등 서민 위주의 업종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본격적인 내수 회복을 점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갑 열기 시작한 고소득층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호텔업 생산(부가가치 기준)은 전년동월 대비 7.3% 늘어났다. 전달(5.7%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1.6%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올 상반기 연회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결혼식 관련 매출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애리 신라호텔 차장은 "특1급 호텔 결혼식 비용은 하객 한 명당 14만원 정도에 이른다"며 "최근 들어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급스런 결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도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기홍 갤러리아백화점 노블레스담당 팀장은 "연간 3500만원 이상을 쓰는 초우량 고객수가 올 들어 25.8% 늘어났다"고 전했다. 하성동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팀장도 "올 들어 매월 4∼5%씩 성장하던 해외명품 매출이 지난달에는 12%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가 4일 발표한 '속보 지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백화점 매출은 4%가량 늘어나 증가폭이 전달(1.6%)에 비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14.5% 증가해 꾸준히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로 향하는 자금도 늘어 6월 중 금융관련 서비스업은 전년동월 대비 28.2% 증가했다. 2004년 3월(35.6%)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본격 회복은 아직…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식점업 제과점업 등은 아직 한겨울인 것으로 분석됐다. 6월 중 일반 음식점업 판매는 2.2% 감소했고 제과점업과 주점업은 각각 9.1%와 0.3% 줄었다. 음식료품 관련 업종도 같은 기간 6.5% 뒷걸음질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바닥 다지기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2분기 이후 본격적인 내수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로선 그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경부도 최근 경기동향을 담은 '그린북'에서 "교역조건 악화와 경제 양극화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내수지표의 개선이 체감경기 호전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석.박동휘 기자 yagoo@hankyung.com